[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5일 오전 소환 통보를 했다. 오는 21일 오전 9시30분까지 서울 서초동 청사로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신분은 뇌물수수 등 혐의 피의자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그의 신분을 특별히 감안하지 않고 사전 물밑조율 없이 소환 통보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된 지 닷새 만이고, 그가 청와대를 떠나 사저로 거처를 옮긴 지 사흘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간의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검찰로 되돌려보낸 뒤 첫 공개 소환자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특검 전(前)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대기업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하고 CJ그룹에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 총 8개 혐의를 공소장에 기재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은 90일간의 수사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뇌물수수,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공모, KEB하나은행 임원 특혜인사 개입 등 5개 혐의를 추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손범규ㆍ황성욱ㆍ채명성ㆍ정장현ㆍ위재민ㆍ서성건 변호사 등 탄핵심판 때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검찰 조사에 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사 시도는 이번이 네 번째다. 검찰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사건을 넘기기 전인 지난해 11월 세 차례에 걸쳐 박 당시 대통령 대면조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현직 대통령 신분인 점, 방어권의 문제 등을 이유로 박 전 대통령 측이 조사를 거부하면서다.
특검 또한 물밑조율 끝에 박 전 대통령과 대면조사에 합의했으나 "특검이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고 박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며 조사를 보이콧해 무산됐다.
조사가 한 차례로 끝날 지는 미지수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그건(한 차례로 끝날 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현재로서는 조사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수순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헌법재판소도 상당부분 인정했다시피 사안이 중대하고, 박 전 대통령이 그간 공언한 것과 달리 잇따라 수사를 회피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570회 가량 차명폰으로 통화를 했고 최씨가 독일로 도피해있던 같은해 9월3일부터 10월30 사이에만 127차례 통화한 사실도 구속 사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증거를 인멸하거나 입을 맞출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헌재 또한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피청구인(박 전 대통령)은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을 단속해왔다"면서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가급적 빨리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고 사법처리해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통령 선거는 오는 5월 8~9일께, 대선 후보자 등록은 오는 4월 14~16일께로 전망된다. 검찰은 늦어도 4월 초순에는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매듭짓고 그를 재판에 넘긴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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