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 선고요지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재판부는 국회가 제기한 탄핵소추 사유 중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의 국정개입’과 ‘권한남용’을 파면 사유로 꼽았다.
주목할 점은 이 두 사유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집중적으로 수사한 박 대통령의 권한남용, 뇌물수수 혐의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 권한대행은 10일 주문에서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다.
◆박 대통령, ‘비선실세’의 사익 추구 도구로=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선고요지에서 “피청구인(박근혜)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의 대기업 납품을 부탁받고 안종범을 시켜 현대차그룹에 거래를 부탁했다”고 지적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 핵심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기금 강제모금에 관해서도 헌재는 특검과 검찰과 같은 시각으로 바라봤다.
특검과 검찰은 이미 수사결과 발표에서도 “박 대통령과 최씨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였다”고 밝혔었다.
이 권한대행은 “두 재단법인의 임직원 임면, 사업 추진, 자금 집행, 업무 지시 등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피청구인과 최씨가 했고, 재단법인에 출연한 기업들은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순실이 자신이 추천한 임원을 통해 미르재단을 장악한 점 △자신의 회사인 플레이그라운드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이익을 취한 점 △최순실의 요청에 따라 피청구인이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통해 KT에 특정인 2명을 채용케 하고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한 점 등을 선고요지에 담았다.
재판부가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돼 KT로부터 68억여 원에 이르는 광고를 수주했고, 안종범이 피청구인의 지시로 현대차그룹에 소개자료를 전달한 후 현대·기아차가 이 회사에 9억여 원 어치의 광고를 발주했다”고 밝힌 내용은 특검 수사 내용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피청구인이 안종범을 통해 최씨의 사익을 위해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포스코가 스포츠단을 창단하도록 한 점도 밝혔다.
◆권한남용, 기업 재산권·기업경영 자유 침해=피청구인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한 후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한 것도 재판부가 주목한 대목이다.
이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최순실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최씨의 이권 개입 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피청구인의 행위가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씨에게 유출한 국가기밀 문건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의 지시 또는 방치에 따라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많은 문건이 최씨에게 유출된 점은 국가공무원법의 비밀엄수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했다.
이 권한대행은 주문에 앞서 “피청구인의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해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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