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인용 땐 개헌추진…친박계 승복할까
바른정당, 기각 땐 총사퇴 선언…야당, 헌재 결과 승복할까
탄핵 이후 黃 권한대행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김보경 기자, 이민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시점을 하루 앞두고 향후 정국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친박(친박근혜)계가 헌재 결정에 승복할지,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바른정당 의원들은 결심은 현실화될지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탄핵 결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행보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번 주 초반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두 당은 박 대통령 탄핵 문제로 분당한 만큼 향후 운명을 가를 중대한 순간을 맞았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국회 주변 상시대기 체제를 갖추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한국당은 본격적인 조기대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헌재 심판과 특검 수사의 공정성에 문제기를 제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들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고 탄핵 기각ㆍ각하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하는 등 단체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탄핵 이후 보수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선 전 개헌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의 원인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잡고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며 국면 전환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 개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패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개헌연대를 통해 외연확장에 나설 수도 있다.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된다면 궁지에 몰렸던 한국당이 보수정당으로서 주도권을 쥐고 12월 대선까지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바른정당은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의원직을 걸며 배수진을 친 상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당시 새누리당 소속 비박계였던 바른정당 의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만큼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바른정당은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로 우리의 결정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바른정당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32명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더라도 정세균 국회의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과거 야당이 의원직 사퇴를 한다는 얘기를 자주 거론했지만 현실화된 적이 없다"며 "국회의원이 집단 사퇴할 경우 정국이 혼란스러워진다며 국회의장이 사퇴서를 반려하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라고 말했다.
야당의 경우 앞서 원내대표간 합의에 따라 헌재의 판결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3일 여야 원내대표들은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오찬 회동에서 헌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각 당은 승복하기로 합의를 했다. 이같은 합의 이면에는 헌재가 결국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상황은 예단하기 어렵다. 기각 시 예상되는 국민적 분노를 야당이 외면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헌재 결정이 기각이라면 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밝히는 대선 주자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도전한 이재명 성남시장이나 정의당 대통령 후보인 심상정 대표는 민의를 저버린 헌재 승복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야당이 그동안 촛불 민의를 외면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헌재가 기각 결정을 했을 때 야당이 종전과 같이 승복 입장을 고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 경우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 결정이 임박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더 이상 입장 표명을 미룰 수 없게 됐다.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출마 명분이 줄어들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황 권한대행의 자리를 대신해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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