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49층 재건축을 둘러싼 서울시와 은마아파트간 갈등이 '임대주택'으로 확산되고 있다. 초고층 재건축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서울시가 최근 열린 정비사업 사전협의에서 임대주택 공급량 확대와 함께 소셜믹스 설계의 반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와 강남구는 최근 서울시와 정비구역지정 입안을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 교통, 환경, 도시계획 등 정비사업 관련부서와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강남구는 추진위가 마련한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이에 서울시는 관계 부서간 검토를 통해 "정비사업 기본계획 과정에 제시된 기준들을 반드시 준수해달라"는 종합적인 행정 권고를 내렸다. 정비계획안의 핵심인 '최고 49층 재건축'을 꼬집은 것으로, 상위 계획에 근거해 35층 이상의 재건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여기에 추진위가 계획한 소형주택(임대주택)의 공급계획도 새롭게 문제 삼고 나섰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의 경우)계획된 임대주택 840가구 중 대부분을 59㎡로 구성했지만 이를 45㎡로 낮추고 이로인해 발생한 용적률 여유분을 추가 임대 건립으로 수립하도록 했다"며 "향후 정비구역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소셜믹스 적용 여부 등도 세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위가 계획한 임대주택 공급계획은 39㎡ 7가구, 41㎡ 62가구, 59㎡ 771가구 등 총 840가구다. 이중 59㎡ 전량을 45㎡이하로 낮춰 임대 가구 수를 더 늘리라는 게 서울시 권고다. 실제 추진위는 종상향에 성공할 경우 늘어날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반영해야 하는데 현재 가구수가 가장 많은 59㎡를 45㎡로 낮출 경우 임대주택은 단순 계산상 200가구 이상 더 늘어나게 된다. 은마아파트의 임대주택만 1000가구 이상이 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또 은마아파트의 정비계획에 '소셜믹스'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지침도 전달했다. 일반 분양주택과 공공주택의 사회혼합을 위해 임대주택을 분산 배치하라는 것이 핵심으로, 이를 반영한 개별 건축계획안의 마련을 요구한 셈이다.
현재 강남구는 내부 검토를 거쳐 서울시 권고안을 추진위에 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 권고안을 미리 확인한 일부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이같은 사실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지난주 설명회를 통해 재건축 방향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확인됐다"며 "서울시가 요구한 공공성에 맞춰 임대주택 역시 최대로 반영했는데, 이보다 더 많은 것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주거생활 중심의 은마아파트는 초고층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중심지 범역에 포함되지 않는 주거생활 중심의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35층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추진위는 다음주 주민공람이 끝나는 대로 구의회 의견청취를 진행하고 향후 강남구를 통해 정비구역지정 신청에 나서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계획안을 일부 수정해 서울시와 본격 협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높이규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이 뚜렷한데다 강남권 다른 사업지와 형평성 논란이 있어 주민들의 요구가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추진위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지 않겠다며 장기전에 나선 만큼 양측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