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원·중국인 모두 "아직은 잘 모르겠다"
15일 기점으로 反韓정책 더 심해질까 우려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뒤 첫 주말. 중국의 본격적인 몽니에 면세점들은 후폭풍 리스크를 애써 외면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평소와 다름없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MCM' 가방을 맨 20대 중국인 남성들과 10층 화장품 매장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장사진이 눈에 띄었다. 거의 다 중국인들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 매장 앞에는 200명가량이 늘어서 다른 쇼핑객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였다. '설화수', '디올', '톰포드' 등 다른 인기 브랜드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점원들에게 사드 여파가 느껴지느냐고 묻자 모두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다리는 중국인들도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휴대전화로 상품을 검색하는 등 평범한 모습이었다. 상하이(上海)에서 온 30대 남녀는 "솔직히 (사드 이슈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그저 여행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본점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리뉴얼 공사 소음과 냄새가 심한 가운데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아랑곳없이 면세 쇼핑을 이어갔다.
화장품 매장은 물론 MCM, '젠틀몬스터'(선글라스) 등 중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브랜드들이 성업 중이었다.
롯데면세점에서 중국인 고객 안내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사드 영향을 전혀 못 느끼겠다"며 "지난해 8월부터 일하고 있는데, 관련 문제가 심각해지든 어떻든 면세점을 찾는 손님 수는 그대로"라고 전했다.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중국인 고객들도 없진 않았다. 롯데면세점을 찾은 다롄(大連) 출신 43세 남성은 "미국이 중국 감시용으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이 너무 미국 편에만 서서 아쉽다"고 지적했다. 활기찬 면세점 분위기 때문인지 "사드가 싫다"는 중국인 관광객들 표정에서 심각함을 읽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면세점업계 전반의 평가다. 특히 지난 2일 있었던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최악의 규제이자 앞으로 닥쳐올 피해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많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2일 오후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 중단을 구두로 지시했다. 이에 한국행 단체관광뿐 아니라 여행사를 통한 자유여행도 불가능하게 됐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한국 관광 금지 조치는 앞으로 지역별 회의를 통해 전국으로 확대 시달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조모(32·여)씨는 "중국 소식을 듣거나 한국 뉴스를 보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오는 15일부터 여행 전면 금지, 불매 운동 등이 시작 될 거란 얘기도 나오더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15일 소비자의 날 행사를 전후로 현지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국 기업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중국 CCTV 등 관영매체들은 손 볼 기업을 골라 소비자의 날에 해당 기업의 제품을 '주의 대상'으로 찍는다. 그럴 경우 곧바로 중국의 '애국' 소비자들은 불매라는 행동으로 옮긴다. 면세점들은 소비자의 날이 기폭제가 돼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증폭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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