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피고인들의 매머드급 변호인단에 맞서 공소유지를 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어림잡아 '1대 100'의 싸움이 법원에서 시작되는 모양새다.
3일 법원과 특검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특검이 수사 종료일인 지난달 28일 기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사건 배당을 전날 진행해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사건 배당은 각 피고인들의 재판을 맡을 재판부를 지정하는 절차다. 배당을 받은 피고인들은 재판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는 것으로 특검과의 법정 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오전 현재까지의 현황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은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13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구축했다. 태평양에서 문강배ㆍ이정호ㆍ유선경 변호사 등 10명이 선임 등록을 했고 오광수ㆍ조근호ㆍ김종훈 변호사 등 3명이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기금의 손실을 무릅쓰고 국민연금이 '삼성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는 데 개입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도 이원곤ㆍ박천혁ㆍ류기천ㆍ백창윤 변호사 등 4명을 내세워 일찌감치 대비태세를 갖췄다.
박 대통령 비선의료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 원장은 법무법인 에이원에서 이경현 변호사 등 5명을, 법무법인 케이엘파트너스에서 김범수 변호사 등 3명을 선임해 모두 8명의 변호인단을 꾸렸다.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김기춘(구속기소)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11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으로 특검에 맞서고 있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8명의 변호사를 앞세워 방어권을 행사하는 중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홍 전 본부장, 김 원장 등 19명을 수사 종료일에 최초 또는 추가기소했고 이들을 포함해 모두 30명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는 경우나 선임 등록은 안 한 채 후방에서 지원하는 변호인력이 있다는 걸 감안하면 특검은 사실상 수 백명 규모의 변호인단과 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공소유지 인력은 박 특검과 특검보 4명, 잔류한 파견검사 8명 등 모두 13명에 불과하다. 수사관 등 지원인력을 포함해 30명 안팎의 인원이 유지되지만 법정에서 직접 변론을 하며 재판을 이끄는 건 특검과 특검보들, 파견검사들만이 가능하다.
담당 사건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재판에서의 위용은 그나마도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특검 출범 전에 기소한 사건 개별 재판에 최소 3~4명, 많게는 6~7명의 검사를 상시 투입하는 것과 대비된다.
특검은 파견검사 8명 또한 법무부와의 협의 끝에 가까스로 잔류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유지에 필요한 인력 등을 추가배치하고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아 마련한 특별검사법 개정안의 처리는 최종 무산됐다.
한편 법원은 당초 이 부회장 사건을 내부 전산 프로그램을 이용한 무작위 배당 방식으로 형사합의 21부(조의연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조 부장판사는 형사합의21부의 재판장을 맡기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한 차례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이 같은 이유로 관련 규정에 따라 사건 재배당을 법원에 요구했고, 법원은 배당 절차를 다시 거쳐 지난 달 20일자로 신설된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에 사건을 맡겼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특검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 신청을 하는 것으로 변론 준비에 들어갔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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