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정책 변화에 현지 연료전지 사업 돌파구 필요
미국에서 발전용 연료전지로 직접 전력 생산·판매하기로
국내외 수주 2년만에 1조원 돌파 4월부터 익산공장 본격 가동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두산이 미국에 전기를 판매한다. 미국에서 만드는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해서 주정부 등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연료전지를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의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마련한 돌파구다. 연료전지는 박정원 두산 회장이 각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라는 점에서 전기 판매는 박 회장의 '에너지 뚝심'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28일 두산 연료전지 사업부문(BG) 관계자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라 PPA(전력판매계약) 사업을 진행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PPA란 민간발전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해 수요자와 계약을 맺어 판매하는 것이다. 두산이 판매할 전기는 발전용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한다. 두산은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에 위치한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 사업장에서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ㆍ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고효율 친환경 발전 시스템이다. 두산 관계자는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이라며 "시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은 전력 수요자 인근지역에 소규모 발전설비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시장이 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발전용 연료전지는 컨테이너 박스 모양이라 어디든 설치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두산이 전력 수요 거점에 직접 발전용 연료전지를 갖다놓으면 수요처도 인프라 설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민영 전기사업자가 전체 인구 75%의 전력공급을 담당할 정도로 잠재 고객들이 많다.
두산이 미국에서 연료전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주)두산을 이끌었던 박정원 회장이 국내 연료전지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와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한 뒤 코네티컷에서 두산 퓨얼셀 아메리카라는 통합 법인을 출범시켰다.
이후 두산은 2015년 미국 시장에서 16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해외 시장을 통틀어 329억원치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와 석유ㆍ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이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두산 관계자는 "연료전지 시장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 전기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지만 연료전지 시장 자체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 29개 주정부 주도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계획이 유지돼 연료전지 연평균 잠재시장은 420대로 추산된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연료전지 시장 규모는 성장 중이다. 두산의 국내 수주 실적은 2015년 3910억원에서 지난해 4106억원으로 늘었다. 두산 관계자는 "시작한지 2년만에 국내외 수주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며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RPS) 덕분에 앞으로 수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오는 4월 전라북도 익산에 500억원을 들인 연료전지 공장 준공식을 연다. 연간 발전용 연료전지(440KW짜리) 144기를 생산할 수 있다. 공장에 근무할 임직원 100여명도 지난달 채용했다. 올해 목표는 수주 1조1260억원, 매출 5555억원, 영업이익 489억원을 거두는 것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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