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생명보험업계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 사회적 불확실성, 저금리 기조,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등의 대내외적인 환경이 위기에 처한 생보업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생보업계가 지난해 비과세ㆍ자살보험금 이슈 때 처럼 뒤늦은 대응에 나설 경우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이제 생보업계에 주어진 골드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보험업계의 정유년 기상도는 '흐림'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보험업계의 성장률은 2.2%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인 5.5%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생보업계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지난해에는 연간 순이익이 8년 만에 손해보험업계에 뒤쳐졌었다. 올해는 저금리 역마진 극복, IFRS17 대책 마련,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 등의 큰 산도 넘어야만 한다.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될 숙제들이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백척간두 진일보, 요즘과 같이 위태롭고 경쟁적인 상황에서 '한 걸음'의 의미는 중요할 수 있다"며 "위기의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책을 찾는다면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성장과 번영의 트리거(Trigger)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중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은 생보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보사는 높은 이율을 가진 확정형 계약의 비중이 손보사 보다 높아 저금리 기조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탓이다. 생보사 보험료 적립금 482조8000억원 중 금리확정형 184조4000억원으로 43%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손해보험사의 약 6배 이상에 달하는 것이다.
생명보험은 판매당시 시장이율을 반영한 보험료를 받고 장래에 확정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장기금융상품이 많다. 판매당시 보험료에 적용된 금리에 비해 투자운용수익률이 낮아질 경우 보험회사에는 금리역마진(이자율차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15년 상반기 기준 보험업계의 보험료 적립금 565조원의 경우 적립이율 4.6%, 투자이익률 4.3%로, 0.3%의 금리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1조6950억원에 달하는 이차역마진 손실로 이어진다.
오는 5월로 예상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IFRS17 제정 발표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오는 2021년 IFRS17이 도입될 경우 보험부채 시가평가에 따라 현행 대비 보험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과거 고금리로 팔았던 상품은 현 저금리 상태에서도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여전히 높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고스란히 부채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이로인해 대부분의 생보사는 상당 수준의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지급여력제도, 부채적정성평가(LAT) 강화 등의 추진은 현실적으로 생보사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재무영향이 발생한다"며"일반회계(GAAP)과 분리해 연착륙 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보업계는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에 대한 부담감도 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보험산업의 양적성장을 질적성장 전환을 위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마련했다. 업계도 이에 발맞춰 상호협정으로 체결된 '생명보험 신상품 개발이익 보호에 관한 협정'을 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는 신상품개발 이익 보호를 위한 배타적사용권 부여기간 확대ㆍ배타적사용권 침해재제 강화, 생보ㆍ손보간 배타적 상호 인정, 소비자 권익향상을 위한 소비자 전문위원 심사강화 등의 내용이다.
실제 보험사의 적극적인 신상품 개발ㆍ배타적사용권 신청(부여)건수는 증가 추세다. 지난해 신청 건수는 10건으로 2015년 6건 보다 늘어났다. 배타적사용권 부여건수도 지난해 8건으로 같은 기간 보다 두배 늘었다.
이제 천편일률적인 유사 상품에 치중하던 시대에서 혁신적이고 새로운 상품ㆍ서비스의 질적 경쟁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암보험 면책기간을 90일로 규정하고 납입면제 보장을 의무화하는 등 모든 상품의 보장형태를 획일화하는 규정 삭제를 통해 회사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상품이 나오고 있다.
올해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저해지환금형상품ㆍ비갱신형 상품▲인플레이션에 따라 보험금의 실질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변액보험상품▲인구 노령화와 의료케어 니즈를 충족해 줄 수 있는 노후 의료비 보장상품과 건강관리 서비스를 차별화한 상품 등을 내놓을 방침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새롭고 창의적인 상품ㆍ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되어 편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생보사간의 신상품 개발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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