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VS 대통령 측 '최후변론'
대통령 측, 뒤늦게 종합준비서면 제출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제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변론을 앞둔 27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은 '전운'이 감돌았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평소보다 이른 오전 8시10분께 헌재 청사로 들어섰다. 입술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검은 재킷에 짙은 회색 블라우스를 차려입은 이 권한대행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른 재판관 상당수도 시위대를 의식해 앞서 출근하거나 취재진의 눈을 피해 지하주차장을 통해 청사에 들어섰다. 소란과 혼잡을 의식한 탓이다.
헌재 앞은 탄핵 기각을 주장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박 대통령 지지자 수 십 여명의 시위로 이른 아침부터 몸살을 앓았다. 일부 과격한 지지자들은 경찰의 자리이동 요구에 반발하며 격렬하게 저항하다 경찰관들에 의해 강제로 들려나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헌재 앞 도로는 잠시 정체를 빚었다. 몇몇은 꽹과리를 치며 주변을 소란스럽게 했고 "계엄령을 선포하라", "탄핵 기각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도 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변론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최종변론을 끝으로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이 심판정에서 벌이는 '설전'은 모두 마무리되고, 헌법 재판관 8인의 최종 선고만을 남겨두게 된다. 탄핵소추 의결서가 접수된 지 81일만이다.
국회 측은 앞서 297쪽 분량의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이날 한 시간 가량의 구두변론을 준비했다. 국회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먼저 탄핵심판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면, 국회 측 대리인단 변호사 4명이 소추사유 전반에 관해 부문을 나눠 15분씩 최후변론을 한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 출석 상황을 가정해 대통령에게 던질 신문 내용을 미리 압축했으나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필요 없어졌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해 대통령 파면사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재판부가 전원일치로 박 대통령을 탄핵을 인용해 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심판 절차와 재판부 인원 구성 등을 문제 삼는 대통령 측 주장에 반박하며,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을 종식시키기 위해 신속히 선고를 내려 달라고 강조할 예정이다.
반면 대통령 측은 최후변론의 상당시간을 국회 탄핵소추 의결과 헌재 탄핵심판 절차의 위법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각하ㆍ기각을 요구할 전망이다. 최근 대통령 측의 움직임에 미뤄 선고 결과에 대한 불복과 재심 청구에 대한 언급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론 내내 '지연전략'에 몰두했던 대통령 측은 최근 들어 '내란', '불복' 등을 언급해가며, 선고 불복을 암시하고 박 대통령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을 폈다. 대통령 측은 이를 근거로 변론재개를 요구하면서 최후변론을 장시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날 오후 늦게까지 변론을 이어가며 재판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종변론이 종결되면, 재판부는 전체 재판관회의(평의)와 결정문 작성을 거쳐 2주 내에는 탄핵심판을 선고하게 된다. 헌재는 평의 진행상황에 따라 최종 선고기일을 결정한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선고 사흘전에 양측에 선고기일을 통보했다.
한편, 대통령 측은 최종변론 당일 오전 10시께 재판부에 252쪽 분량의 종합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지난 16일 그동안의 주장과 증거 등을 정리한 내용을 23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대통령 측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내지 않다가 최종변론을 4시간 앞두고 제출한 것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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