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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위험한 질주, '소'생크 탈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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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쇠고기'로 먹히기 위해 사는 가축…음메~나도 뛰고싶소


도심의 위험한 질주, '소'생크 탈출사건 지난 22일 미국 뉴욕주 퀸즈 외곽의 한 도축장에서 탈출한 소가 주택가를 유유히 활보하고 있다. 사진 = xaniatube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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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김희윤 기자] 도로를 활보하는 소를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어느 날 운전 중 잠시 신호대기차 멈춰 서있는데 내 옆으로 소가 뛰어간다면? 그리고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나왔는데 거리를 유유히 활보하던 소가 놀이터로 들어가 놀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모래를 끼얹는다면? 맛있게 먹을 줄만 알았지, 뛰어다니는 소의 모습은 아무래도 어색하고 생경하기 마련. 며칠 전 뉴욕 퀸즈의 주택가를 활보한 소는 가축계의 ‘앤디 듀프레인(영화 ’쇼생크 탈출‘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탈출에 성공, 자유를 누렸던 앤디와는 달리 이 소는 추격전 끝에 붙잡혀 이송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 탈출한 소는 한참 동안 주택가를 활보하다 마취총을 맞고 이송 중 사망했다. 영상 = Going Viral
‘나는 살고 싶다!’ 탈출 소와 경찰의 추격전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퀸즈 외곽 비버로드 도축장에서 탈출한 200kg 황소가 주택가를 활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전 9시께 도축장 장벽을 뛰어넘어 탈출한 황소는 퀸즈 주택가 일대를 활보하며 자유를 만끽했는데,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3시간가량 추격전을 펼치다 이내 도로 한복판에서 마취총을 맞고 주택가 마당에 쓰러져 이송 중 생을 마감했다. 이 지역 도살장에서 지난해에만 앞서 두 차례의 소 탈출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소식을 전해 들은 유명 코미디언이 소를 입양, 자신의 소유지로 옮겨 자유를 선물한 일화가 소들에게 전해져 전설처럼 내려왔던 것일까. 탈출 영상 속 소의 걸음은 느긋하고 여유롭기까지 하다.


도심의 위험한 질주, '소'생크 탈출사건 공장식 축산을 통해 소비자는 소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소의 사육환경은 더욱 좁고 많은 두수를 위한 방향으로 발달해왔다. 사진 = 연합뉴스


지구를 위협하는 가축 사육

우리가 손쉽게 살 수 있는 소고기는 사실 산업사회와 공장식 축산 도입 전엔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식재료였다. 20세기 초 도입된 공장식 축산업은 1940년 항생제 개발 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최소 수년은 길러야 상품으로 가치를 갖던 소의 성장 기간을 16~24개월까지 단축시켰고, 좁은 공간에서 대량의 가축을 집중적으로 사육시키는 과정은 무수한 부작용을 낳아왔다.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발표한 가축 사육에 관한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을 두고 “가축 사육은 지구를 위험하게 한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막대한 양의 물과 곡물, 석유, 살충제와 약을 소비하게 하며 그 결과 막심한 피해를 야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느 암소의 자율 의지에 따라 출산, 양육이 이뤄진 송아지가 아니라 오로지 인간의 소비를 위해 태어나고, 2년이 채 안 되는 삶을 어둡고 좁은 사육장에서 보내다 도살장으로 이송돼 죽음을 앞둔 소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이쯤 되면 앞서 언급한 소의 탈출은 그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나는 잠깐의 자유를 누렸고, 내 사체를 누가 먹진 않을 테니 말이다.


도심의 위험한 질주, '소'생크 탈출사건 최근 발생한 구제역은 소를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간주한 공장식 축산의 폐해로 지적받고 있다. 사진 = 아시아경제 DB


생명의 권리, 상품의 가치


공장식 축산의 가장 큰 폐해는 소를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간주하는 데서 시작된다.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또 한 번 전염병 공포에 휩싸였던 전국 축산농가는 13일 이후 발견사례가 없어 현재 잠시 한시름 놓은 상태인데, 가축전염병 방역에 홍역을 치르고도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묘수가 없는 까닭은 공장식 축산 자체가 안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구제역이 휩쓸고 지나간 농가에서 할 일은 소의 장례가 아닌 ‘살처분’이며 그들이 죽기 직전까지 머물렀던 공간은 집이 아닌 감옥과 다름없는 축사인 현실에서 소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배설물이 곧장 내 발밑에 있는 좁디좁은 공간에서 사료를 먹고 나날이 불어나는 몸집은 생명으로서의 권리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맞바꾼 현대 축산업의 빛이자 그림자다.


도심의 위험한 질주, '소'생크 탈출사건 국내에도 축사 또는 도축장에서 탈출한 소가 도심을 누비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경찰에 포획되는 소. 사진 = 연합뉴스


세계 각국의 ‘소’생크 탈출


지난해 8월 강원도 인제 농가에서 탈출한 4마리의 소가 국도를 질주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는데, 당시 탈출 소들은 국도를 따라 터널까지 통과하며 평생 누려본 적 없는 자유를 만끽하다 경찰에게 포획돼 주인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호주의 한 항구에서 수출 목적의 소 떼를 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10마리가 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때 즉시 잡아들인 9마리와 달리 행방불명 된 1마리가 바다에서 헤엄쳐 유유히 항구를 떠나 7km 떨어진 지역에서 뭍으로 나와 배회 중에 잡혀 농장으로 돌려보내져 해외 토픽으로 널리 소개됐는가 하면, 2014년 미국 아이다호 주의 한 도축장에선 무게가 450kg에 달하는 소가 높이 2m의 담을 뛰어넘어 주택가를 활보하다 어린이 놀이터에서 소동을 벌인 끝에 사살된 사건이 발생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소 탈출 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기원전 출애굽기서부터 널리 알려진 탈출 욕망의 서사는 대개 부조리한 현실에서 움트기 시작해 그악스러운 상황이 눈앞에 닥쳤을 때 화산처럼 폭발했다. 출애굽 서사 속 모세의 활약과 쇼생크 탈출 속 앤디의 큰 그림은 모두가 부조리한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그들을 죄수, 또는 노예로 만들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희망이 탈출을 통한 자유를 안겨준다는 극적 결말에서 기인하는데, 이 감정은 비단 인간만 전유하는 감정이 아닐 것이다. 소의 탈출은 늘 죽거나 포획되며 끝을 맺어왔다. 무사히 탈출에 성공해도 이미 우리 삶의 터전은 소가 어울려 살기엔 삭막한 공간이며, 소를 반려동물이 아닌 길러서 먹는 ‘물건’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 속 시선은 곧 인간을 투영하는 거울이 아닐까. 동물을 함부로 다루는 사회의 방식은 곧 사람에게까지 이어지기 마련이다. 국민을 ‘개·돼지’로 바라보는 어떤 사람들의 위험한 시선이 이미 세상에 자명히 드러난 것처럼.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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