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첫 공항면세점 심사 예정…시장지배적 사업자 감점 도입 예정
인천공항공사와의 마찰 끝에 합의점 도출했지만 세부안 '안갯속'
업계 "인수인계 한다고 해도 이 상황에 책임자 교체 이해 안 돼"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면세점시장을 과점한 지배적 사업자에 특허 발급 심사에서 감점을 주는 전례 없는 '페널티' 도입을 앞두고 심사를 주도할 관세청의 담당 국장이 교체됐다. 구체적인 기준 및 세부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까지 업무를 책임져 온 당사자가 바뀌면서 업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전날 국장급 인사전보 발령을 통해 통관지원국장에 주시경 국장이 선임됐다. 기존 이명구 통관지원국장은 이달 초 공무원 중앙교육연수원에 1년 기한으로 연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통관기획과, 수출입물류과, 특수통관과로 구성된 통관지원국은 수출입물류과를 통해 관세청 내에서 면세점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지난해 4월 서울에 4개의 신규 면세점을 추가 개설한다는 관세청 방침 역시 이 국장이 브리핑을 통해 직접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특허의 추가 발급을 반대하는 신규 면세점 대표들도 이 국장을 찾아가 경쟁 과열 중인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재고를 요청하는 등 읍소에 나서기도 했다. 관련 정책의 핵심 결정권자 중 하나였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특허수수료 인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감점제 도입 등 면세점시장이 제도적 격변기에 진입한 가운데 총괄 책임자의 교체가 적절한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관세청이 처음으로 공항면세점 사업자를 직접 선정하겠다고 나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접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입찰은 오는 4월26일 마감돼 곧 심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수년간 이어진 관세청의 '사업자 확장' 일변 정책으로 업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일부 업체의 사업 구조조정, 경영권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어떤 시장과 시기를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정하고 감점을 줄 계획인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담당 국장이 바뀐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면서 "이제까지의 방향과 결정에 대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회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 매출 12조원대 규모로 성장한 면세점시장에 대한 제도개선을 주도하는 핵심 담당 공무원이 중요한 시기에 자주 교체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해 3월에는 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을 앞두고 핵심 주무부처 담당자인 기획재정부의 관세제도과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기존 담당과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민간기업의 임원자리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물리적인 인수인계를 한다고 해도 한창 논의 중인 사안을 책임질 핵심 담당 공무원들이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면 면세점시장에 대한 세밀하고 신중한 접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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