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로 가리면 그만'
소비 감소 전망과 달리 매출 영향 없어
오픈마켓, 담배케이스 매출은 1500% 폭증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본격 유통된 지 두 달이 됐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표기하면 담배의 폐해를 알리고 흡연율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렇다할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혐오그림을 가리는 담배케이스 시장만 커지는 형국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3일부터 도입된 흡연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 이후 담배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통업자들의 사재기했던 경고그림이 없는 담배가 우선 공급되면서 경고그림 담배 유통이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아직까지 담뱃갑 혐오그림에 대한 매출 영향은 없다"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혐오그림이 그려져있지 않은 재고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이 소진되고 난 이후인 4월께부터 영향이 있었는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혐오그림 담뱃갑 유통에도 향후 매출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통상 1~3월 '금연하겠다'는 새해 결심을 세우는 이들이 많고, 겨울에 매출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던 흐름의 현상이 이어가는 것으로 해석했다.
KT&G 관계자는 "올 1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경고그림 부착의 효과라기보다 새해맞이 효과와 계절적 요인 등 복합적인 이유가 더 크다"면서 "실질적인 경고그림 부착에 따른 영향을 보려면 2분기 이후부터 집계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편의점서 판매되는 담배 중 경고그림이 들어간 제품 비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KT&G로, 심플ㆍ레종ㆍ에쎄 제품의 최대 60% 이상에 경고그림이 들어가 있다. 기존 제품에 대한 재고소진이 타브랜드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향후 재고소진 속도에 따라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내달 중으로는 이들 제품 중 90% 가량에 경고그림이 부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혐오그림이 부착된 담배가 유통되면서 이를 가리기 위한 담배 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 시행 이후인 지난해 12월23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담배 케이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00% 폭증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에서도 법 시행일 이후 한 달 간 담배케이스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80% 늘었고, 티몬에서는 이달 초까지 집계한 결과 614% 급증했다.
오히려 흡연자들은 그림만 살짝 가린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혐오그림에 대한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연을 결심한 이들에게는 일부 효과가 있겠지만, 기존 흡연자들이 단지 혐오그림 때문에 담배를 끊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며 "경고그림보다 실효성 있는 금연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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