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려움 마다하지 않겠다"
경남도 서울본부에서 사실상 출마 선언
이날 서울 고등법원의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에선 무죄 선고,
대법원 최종심 남았지만 유리한 고지 점령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적합도 2위,
황교안 권한대행과 보수표 분할 예상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성기호 기자]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졌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경남도 서울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천하대란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이란 불행한 역사가 또다시 되풀이 되고 있고, 국론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분열되는 등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 모든 분야가 위기에 빠져있다”면서 “저 자신부터 뼈를 깎는 심정으로 거듭 태어나겠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 낮은 자세로 저의 모든 성심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탄핵이 인용되면 곧바로 대선이 다가온다'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얘기하겠다. 지금은 그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알을 아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문제를 거론한다는 건 조금 성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홍 지사는 앞서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판결에 대해 홍 지사는 “재판부가 맑은 눈으로 판단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밝혔다. 앞서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기업 관계자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홍 지사는 “오늘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국민 여러분과 경남도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완종 메모라는 황당한 사건에 연루돼 1년10개월간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했다. 항소심 재파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실추된 명예를 되찾았다”고 덧붙였다.
또 “대란대치의 지혜를 발휘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다”고 밝혀 대선 출마 수순을 밟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자유한국당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혀온 홍 지사가 이날 대선출마와 다름없는 입장을 개진하면서 향후 여권의 대선구도는 이목을 끌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2015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준비를 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상고하면 대법원까지 최종판결이 미뤄지지만 항소심 결과가 상고심에서 쉽게 번복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홍 지사의 대권가도에는 일단 파란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
홍 지사는 향후 유력 여권 후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9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 적합도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27.4%)에 이어 2위(8%)를 기록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를 참조).
한국당 내부에서는 당원권이 정지된 홍 지사를 경선에 참여시키기 위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홍 지사는 황 권한대행과 함께 영남지역 표를 분할하며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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