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만 구속된다고 해도 특검 성과, 수사동력 확보…삼성, 1~2명 구속만으로도 불리한 위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효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경영진 5명에 대한 일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영수 특검이 구속영장 검토 대상자로 거론한 인물은 이재용 부회장,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모두 5명이다.
특히 이 부회장과 최 실장, 장 사장은 그룹의 밑그림을 그리는 삼성의 핵심 중 핵심 인사들이다. 이들이 모두 구속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삼성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여러 가능성을 놓고 위기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왔지만 '일괄 영장 청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다.
이는 특검이 기존에 취했던 입장과도 배치된다. 앞서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달 17일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배경을 설명하면서 "삼성의 경영상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제외한) 세 사람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취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의 경영 공백에 따른 혼란을 막고자 최 부회장, 장 사장, 박 사장 등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겠다는 설명이다. 당시 특검은 이 부회장과 최 부회장 정도만 피의자로 규정했지만 최근 수사를 거치면서 장충기 사장 등까지 피의자로 분류했다.
특검의 기류 변화를 놓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수사 과정에서 어떤 단서를 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둘러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초강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저인망식 영장 청구로 삼성을 압박하는 한편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긴장도를 최고조로 높이면서 여론의 힘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특검의 노림수가 담겼다는 얘기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포함해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1~2명에 대한 영장만 발부받더라도 나름의 성과로 연결지을 수 있다. 설사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기각돼도 다른 사람에 대한 영장 발부에 의미를 부여하며 수사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은 제기된 혐의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설명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1~2명에 대한 구속영장만 발부되더라도 내상을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 전개될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수세적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의혹은 충분히 해명했다"면서 "일단 특검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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