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그룹이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설립을 주도한 전경련과의 56년 인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러가지 삼성의 쇄신안 중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작업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12일 삼성에 따르면 전경련에 회원으로 가입해있던 계열사 총 15곳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개별적으로 전경련에 탈퇴원을 제출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가 첫날 탈퇴를 공식화한 데 이어 이튿날 삼성전기, 삼성SDS와 금융계열사들이, 삼성물산·엔지니어링과 호텔신라, 제일기획은 9일에 탈퇴 절차를 밟았다.
마지막으로 삼성중공업과 에스원이 각각 10일 오전과 오후에 탈퇴원을 냈다.
이로써 삼성은 전경련과 56년간의 인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전경련 설립을 주도했지만 손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에서 관계를 끊게 됐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바뀌어야 하는 여러가지 부분들 중 정경유착의 고리는 확실히 끊겠다는 의지"라며 "전경련 탈퇴는 정경유착을 끊겠다는 의지 표명 중 하나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고 이병철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만든 '경제재건촉진회'가 전신이다.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부정축재란 이유로 기업인들을 구속하자 이병철 회장이 국가 산업정책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경제재건촉진회를 열었다. 이병철 회장은 1961년부터 1962년까지 전경련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전경련은 경제 성장기에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일해재단 자금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경련의 예산은 대부분 회원사 회비로 충당한다. 삼성그룹의 회비 납부액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삼성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전경련을 탈퇴하면 예산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삼성을 비롯해 주요 기업에서 774억원을 거둬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수금창구' 역할을 한 것이 기업들의 탈퇴 행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더는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작년 12월 27일 LG그룹이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전경련에 탈퇴를 공식 통보한 데 이어 삼성의 가세로 전경련은 와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15개 계열사가 내는 회비 규모는 전경련의 4분의 1이 넘는 133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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