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전남대병원 민정준·이준행 교수팀 개발"
"살모넬라균 유전자 변형…쥐실험 효능 확인"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민정준(핵의학과)·이준행(미생물학교실) 교수 연구진은 지난 8일 “살모넬라균 유전자를 변형시켜 암치료용 박테리아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살모넬라균이 암치료에 활용되는 건 암세포만 골라서 공격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살모넬라균은 정상조직에 비해 암조직에서 10만배 가량 잘 자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구팀은 살모넬라균의 암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했다. 먼저 정상세포에 악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살모넬라균의 독성을 크게 줄였다. 이러면 암세포에 대한 공격력도 줄어든다.
연구진은 대신 인체에 원래 있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또 다른 식중독균인 비브리오균에서 '플라젤린(flagellin) B'라는 면역유발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추출, 살모넬라균의 유전자에 끼워 넣었다.
‘플라젤린 B’는 인체의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를 불러모은다. 대식세포는 ‘플라젤린B’가 나오는 암세포를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으로 생각하고 잡아먹는다.
민정준 교수는 “비유하자면 살모넬라균이 암으로 군대(면역세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뒤 플라젤린B가 이 군대에 발포명령을 내리는 원리”라며 “암 면역치료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독특한 형태의 새로운 암 면역치료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살모넬라균의 암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대장암에 걸리게 한 실험쥐 20마리에 살모넬라균을 주입한 결과, 11마리에서 암조직이 완전히 사라져 치유율이 85%를 웃돌았다. 대장에 처음 발생한 암뿐 아니라 간이나 복부로 전이된 암까지 줄어드는 치료효과를 보였다.
민교수는 “이를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다른 동물을 대상으로 추가연구를 하고 독성 테스트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준행 교수는 “이전에도 세균을 이용한 항암 치료연구가 있었지만 대부분 종양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연구처럼 유전자를 변형한 박테리아를 사용하면 치료효율이 훨씬 높은 항암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사업, 보건복지부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파이오니어사업’은 바이오-나노-정보기술 등 이종기술간의 융합을 통해 고위험-고수익형(high-risk, high-return)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사업이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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