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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꽃만두 치읓 / 김윤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당신과 나 사이를 좁히려고 꽃만두를 시킨 적 있습니다.


왜 꽃만두라니요. 나는 그대가 올 동안 머리를 박고 발소리 들었습니다. 내가 너무 초라하니까 예쁘고 화사한 것으로 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소담스럽게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종지에 간장을 붓고요. 사람이 사람에게 포개지듯 모나지 않고 가팔라지지 않는 것으로 둥글고 물렁하여 따뜻한 살 같은 것으로 함께하고자 하였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식욕을 북돋고 나 따뜻함과 같아지려는 심산으로 만두가 되어 가면서 손 시리게 창가에서 만두 빚는 이를 보았습니다. 옆 테이블에선 날 쳐다보기에 숨 읍하는 찜기처럼 표정 덮었습니다. 배고파했던 시간보다 숨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도시 무엇이 탈나신 듯 그대는 오지 않고 사무치도록 함께하고팠던 만두는 식었습니다. 연신 쪄 대는 가게에선 속깨나 태운 살내가 나, 한정 없이 만두를 우물거렸습니다. 청산할 수 없는 생각만으로, 내가 사랑해 줄게, 내가 사랑해 줄게……

첫 입맞춤처럼 살포시 눈이 나리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만두를 먹으면서 나는 또 초라한 꽃을 보았습니다. 콧마루가 시큰하나, 모두 마음의 일일 뿐 변한 것은 없습니다.


[오후 한詩] 꽃만두 치읓 / 김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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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립니다. 오후 지나 하루가 저물도록 여전히 눈이 내립니다. 저는 지금 만둣집에 앉아 있습니다. 아까아까부터 앉아 있습니다. 아까아까부터 만둣집 창가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오면 함께 먹으려고 꽃만두를 시켰습니다. "너무 초라"한 저보다 꽃처럼 예쁜 만두를 먼저 보시라고, 실은 당신께 참 미안하고 부끄러워 꽃만두를 미리 시켰습니다. 괜히 흐뭇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바빴습니다. 눈은 자꾸 내리는데 "그대가 올 동안 머리를 박고 발소리 들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포개지듯 모나지 않고 가팔라지지 않는 것으로 둥글고 물렁하여 따뜻한 살 같은 것으로 함께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랬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저께도 그랬고, 맨 처음 당신이 제게 오지 않던 날 식은 만두를 우물거리면서 도저히 "청산할 수 없는 생각"으로 가득하던 오래전 그날도 꼭 그랬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콧마루가 시큰하나, 모두 마음의 일일 뿐". 당신은 오늘도 "오지 않고 사무치도록" "만두는 식었습니다." 눈이 그치질 않습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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