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발선인장의 발이 떨어지는 밤이다
꽃발톱이 돋은 다리와 다리가
투신(投身)하는 밤이다
투기(投棄)하는 밤이다
시푸르게 낙상하는 밤이다 추운 밤 마른 밤
비명도 없는 밤 입 닥치는 밤이다, 각자
도생의 밤, 마디라는 것
절취선이라는 것
한 번 기함(氣陷)에 하나의 절개지가 생기더라는 것
잇새에서 뿌리가 돋더라는 것, 너나 나나
꽃은 한번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는 것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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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발선인장은 그 줄기의 마디마디가 꼭 게발처럼 생겼고, 초겨울 무렵이면 줄기의 끝마다 꽃 속에서 꽃을 밀어 올린 듯한 모양의 예쁜 꽃들을 피운다. 그런데 가끔 나무나 풀을 보고 있자면 어떤 처연한 결의가 느껴지곤 한다. 어느 생명체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식물은 인간이나 동물에 비해 말을 할 수도 없고 어떤 동작을 취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무나 풀은 어쩌면 자신의 사연과 의지를 제 몸에다 직접 새겨 넣는 방식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예컨대 이 시에서 눈에 띄는 한 구절처럼 식물이 꽃을 피우는 까닭은 자신도 "한번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는 것"을 힘껏 입증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저 "투기(投棄)"를 '투기(投企)'라고 살짝 고쳐 읽고 싶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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