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주인은 쌓인 빈 병 처리 때문에 골병
주류업계는 수입맥주와 역차별에 속병
병값 올랐다 술값 슬쩍 올린 식당주인 꾀병
애주가는 사라진 '서민 술' 안타까워 발병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가뜩이나 좁은 매장과 창고에 빈병까지 받으려고 하니 냄새도 나고 여간 불편한게 아니예요. 특히 손님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상황에 오르기 전의 병을 가져와 오른 보증금을 내놓으라는 손님들이 많아 곤혹을 치룰때도 많습니다."(편의점주 A씨)
"지난해 초 소줏값 인상과 연말 맥줏값 인상 이후 또 다시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2번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매우 큽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빈병보증금 인상인지 모르겠어요."(소비자 B씨)
올해 1월1일부터 소주병과 맥주병의 '빈병 보증금'이 인상된 후 곳곳에서 나오는 대표적인 반응이다.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마트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가격도 오르자 판매자와 소비자 할 것 없이 불평과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환경보호 및 자원재사용을 높이기 위해 빈병보증금을 인상했지만 애꿎은 소비자와 소매상들만 피해를 입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1일 20년 만에 소주병 빈병보증금을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인상했다.
정부는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소비자가 반환할 시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고 제도가 정착될 경우 환경비용과 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제도를 강행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류업체들의 출고가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진 가운데 또 다시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 부담은 두배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특히 불황에 빠진 식당들은 출고가와 빈병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소주 판매가를 5000원으로 올려 파는 곳들도 생겨났고 편의점 업체들은 빈병보증금 인상폭 보다 높은 가격을 인상해 또 다른 논란이 양상됐다.
일부 식당가에서는 인상된 제품과 함께 지난해 사놓은 제품을 섞어서 판매해 차익을 남기고 있으며 몇몇 식당에서는 술에 취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사놓은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는 '빈용기보증금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편의점 등 소매점의 주류가격과 빈용기 반환실태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비난 여론과 함께 정부의 제재 움직임에 편의점 업계는 빈병보증금 인상폭에 맞춰 다시 가격을 인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빈병보증금 인상으로 인한 가격 부담의 몫은 오로지 주류를 사 마시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빈병을 취급하는 판매처 또한 제도 시행으로 겪는 불편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전국 대형마트 53곳(103개)에 빈병 무인회수기를 설치했지만 가까운 판매처에 반환하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점포가 협소해 빈병을 받기를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고 빈병을 가져오는 손님들마다 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부담을 느낀다는 점주들이 다수다. 또한 지난해 제품과 올해 제품을 구분하고 병이 깨졌거나 이물질로 오염됐다면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어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호소했다.
주류업계 또한 빈병보증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경기 불황과 수입맥주 공세 등으로 국내 주류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일시적이지만 추가 비용 부담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입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빈병보증금 대상에서 제외돼 국내 주류회사들에 대한 또 다른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행했지만 빈병보증금 인상이 정부와 빈병 유통업체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회의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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