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필리핀 정부 주요 인사가 인권에 대한 형편없는 수준의 인식을 보이면서 필리핀 당국이 밝히고 있는 경찰 조직 쇄신이 제대로 될지 우려를 사고 있다.
1일(현지시간) 필리핀 현지 언론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비탈리아노 아기레 필리핀 법무장관은 상원 청문회 자리에서 마약 사범 용의자 수천명을 살해하는 것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에 대해 "범죄자는 인간이 아니라 괜찮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박했다.
그는 "마약왕, 마약 의존자들은 인간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한 살인은 문제 없다"고 언급했다.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는 인권단체의 지적이 필리핀 내정 간섭이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판탈리온 알바레즈 하원 의장은 "인권단체는 왜 우리 정부에 간섭하는 것인가. 필리핀은 주권국가다. 인권단체가 우리의 원칙에 의해 고통받지 않기 때문에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의 주장에 제대로 된 근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판필로 락손 필리핀 상원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은 한 엠네스티의 주장은 단지 소문으로 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필리핀 경찰관이 마약용의자 1명을 죽일 때마다 최고 35만원의 성과급을 받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앰네스티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휘하는 ‘마약 소탕전’이 이 같은 성과급과 맞물려 ‘묻지 마’식 살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인권 단체의 지적을 묵살하는 필리핀 주요 정부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찰 조직 쇄신 의지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월29일 한국인 사업가가 살해된 사건으로 기존 경찰 마약단속 조직의 해체 등 쇄신책 마련을 경찰청에 지시한 바 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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