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의 사업을 구실로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을 창구까지 직접 지정해가며 지휘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최씨가 지정한 '창구'는 자신과 딸 정유라씨가 공동소유한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였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는 K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는 이날 최씨가 K스포츠재단의 각종 사업 기획에 일일이 개입하고 구체적인 예산지원안에까지 손을 댄 정황 등을 증언했다.
박씨의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2~3월 박씨를 시켜서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지원', '가이드러너 육성 사업' 등의 명목으로 대기업에 자금 출연을 요구할 제안서를 만들게 했다.
최씨는 이를 통해 SK에 8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고, 이 가운데 50억원은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에 대한 예산이었다. SK측과의 접촉은 박씨 등이 맡았다.
검찰은 박씨에게 '최씨가 해외 전지훈련 예산은 독일에 있는 비덱스포츠로 따로 지원하게 하라고 지시했느냐'고 물었고 박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씨는 또한 자신이 당초 수억원 규모의 해외 전지훈련 예산지원 제안서를 만들었는데 최씨가 세부 항목을 하나씩 지적하며 "최종 금액을 50억원 정도로 맞춰보라고 해서 거기에 맞춘 예산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최씨가 '보험료를 올려야 된다, 밥 먹는거 물 먹는거 외국은 다 비싸다'라는 식으로 간섭하며 이 같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씨는 '최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재단의 자금을 빼내려 했다고 생각했었느냐'고 검찰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박씨는 또한 당시 별다른 사업계획도 없이 예산안만 짜서 대기업에 돈을 요구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SK에서 돈을 받아오라고 하니 당황스러웠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아울러 최씨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존 종합형스포츠클럽 사업 계획에 편승해 정부의 문건 등을 바탕으로 만든 문서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해 관철시키는 식으로 사업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