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입시ㆍ학사비리에 연루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최씨와 수차례 만났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르재단이 프랑스 에콜페랑디와 이대 안에 분교를 개설하는 사업을 추진했던 것과 관련해서다.
최 전 총장은 그간 국회 청문회 등에서 최씨와의 관계를 사실상 부인했고, 에콜페랑디 분교 유치가 미르재단 사업이라는 것조차 당시에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의 증언을 했다.
그는 "최씨와 함께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최 전 총장을 세 번 만났다"면서 이것이 에콜페랑디 분교 사업과 관련된 만남이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씨는 또한 '에콜페랑디와 관련해 증인 등이 최 전 총장을 따로 직접 만나 학교 부지 등에 관한 논의를 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처음에는 주로 제가 만났고 나중에는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가 만났다"면서 "학교에서 (최 전 총장을) 같이 보기도 했고 따로따로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최씨가 미르재단 사무실 위치 선정부터 재정 구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직접 지시를 하며 관여한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2015년 10월 청와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함께한 미르재단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미르재단의 재산 중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비율 문제가 다뤄졌다. 김씨는 이 자리에서 보통재산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최씨의 지시에 따른 주장이었다고 밝혔다.
최 당시 비서관은 기본재산을 높여야 한다는 전경련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또한 최씨의 지시를 받은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요구로 차명폰을 사용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아울러 미르재단 설립 추진 상황에 대해 차씨에게 일일이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차씨에게 보고하면 최씨에게 보고가 된다는 걸 알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김씨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최씨가 지목한 사람을 미르재단에 입사시키는 문제와 관련해 최씨의 지시로 직접 면접까지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경영지원본부장으로 들어올 양모씨를 만나보라고 한 게 최씨가 맞느냐'고 검찰이 묻자 "그렇다"면서 "재무 쪽을 담당할 분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차씨의 지시를 곧 최씨의 지시로 느낀 일이 "여러번 있었다"고도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