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빠르게 강세로 돌아섰던 달러화가 최근 점진적으로 약세 국면으로 돌아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 약화와 보호무역주의를 위한 트럼프의 약달러 선호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지난해 12월20일 103.2800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서는 더욱 급격한 하락세로 지난 25일엔 100.0100까지 내렸다. 트럼프가 당선됐던 지난해 11월8일 97.8600을 기록했던 달러화 지수는 그 달 14일 이후부턴 줄곧 100 이상을 유지해왔다.
달러화 약세 전환 배경으로는 우선 트럼프노믹스 기대감 약화가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직후 감세를 중심으로 한 재정정책 확대와 인프라 투자 기대감 등으로 달러화가 강한 랠리를 보였다”며 “그러나 경기부양과 관련된 트럼프노믹스가 구체화되지 못하면서 달러화가 오히려 약세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화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생각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리쇼어링 정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달러 강세보다는 달러 약세를 원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며 “실제로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강세 우려를 발언을 한데 이어 재무장관으로 임명된 스티븐 므누신도 ‘때로는 지나친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달러 약세 심리를 증폭시켰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달러화가 결국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박 연구원 역시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트럼프 정책으로 인해 달러화가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달러화의 강세는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오히려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군사비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한 재정부담 확대 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면 달러화는 중장기적으로 약세 기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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