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참모들의 불리한 증언에 대해선 일절 거론 안해
보수단체 집회에는 "가슴이 미어진다"…"촛불시위현장엔 안간다"
靑 "언론주목 이끈 점 의미있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청와대는 26일 주요 언론이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인터넷방송과의 깜짝 인터뷰 내용을 다룬 것과 관련해 "언론의 주목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정을 대부분 언론에서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터뷰가 보수층 결집효과를 노린 것이고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론 분열을 오히려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에 갹출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박 대통령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음에도 반박은 없었다. 또 공적인 조직 대신 최순실이라는 사인(私人)을 통해 도움을 받은 이유도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여론 분열에 대한 우려는 박 대통령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커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뭔가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했고 '촛불시위현장에 직접 나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그런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면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는 "촛불 시위의 두배가 넘을 정도로 열성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이분들이 여러 고생을 무릅쓰고 나온다는 걸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진다"고 애틋함을 나타냈다. 탄핵반대세력은 박 대통령에 더욱 지지를 보내는 반면, 탄핵지지세력은 더욱 격렬히 반대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탄핵을 지지하는 쪽은 "인터뷰 매체 선정부터 여론분열 의도가 있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 대통령을 인터뷰한 정규재tv의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은 보수 색채가 강하며 탄핵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청와대는 설 연휴 민심을 살핀 후 다음 달 중 추가 언론인터뷰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헌재 변론과 특검 대면조사가 유동적이어서 빠른 시일 내에 비공식 언론 접촉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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