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시위 생각하면 가슴 미어져"
배후설 제기로 보수층 자극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깜짝 언론 인터뷰를 가진 것은 설연휴를 앞두고 민심의 대전환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시한을 3월초로 못박고 설 연휴 이후에는 특검조사와 헌재 변론 등이 진행되는 만큼 청와대로서도 설 연휴 이전에 여론전의 기반을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정규재 한국경제 주필이 진행하는 보수 성향 인터넷 팟캐스트인 '정규재TV'를 그 대상으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보수층 결집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인터뷰 질문과 답변을 보면 보수층을 다분히 의식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누드 패러디에 대한 반응과 블랙리스트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평가를 질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누드 패러디에 대해서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아무리 심하게 하려고 해도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다. 그것이 현재 한국정치의 현 수준"이라고 비판했으며 유 전 장관에 대해서는 "장관으로 재직할 때 말과 퇴임후 말이 달라지는 것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마약설, 굿판설, 불륜설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나라 품격 떨어지는 얘기" "저질스런 거짓말"이라는 다소 강한 어휘를 구사하며 보수층 사로잡기에 적극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번 탄핵사태는 2008년 광우병사태와 마찬가지로 실체가 없다"는 보수세력 주장에도 "둘다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말해 힘을 실었다.
촛불집회현장에 직접 나갈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반면,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는 "촛불 시위의 두배가 넘을 정도로 열성을 갖고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면서 "여러 고생을 무릅쓰고 나온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애틋함을 표현했다. 태극기 시위현장에 참석하겠냐는 질문에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해 촛불집회현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답변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여론이 생각만큼 따르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프레임 밖의 이야기는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특히 "그동안 진행과정을 추적해보니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 아닌가라는 느낌 지울 수 없다"며 배후설을 제기한 것은 보수층의 대대적 결집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탄핵 이후 언급하지 않던 재임 중 성과도 상세히 거론됐다. 박 대통령은 "국가 정체성 수호 기반을 다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1순위로 꼽아 보수세력을 사로잡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외에 북한 변화를 예감하냐, 북한이 언제쯤 변할 것 같냐 등의 질문에도 "핵을 포기 하지 않고는 도저히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고 답변했으며 '탄핵이 기각되면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 잡는 절차가 있냐'는 질문에는 "힘을 모아서 좀더 발전하는 나라로 만들어가지 않겠나. 지도자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답해 탄핵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는 일단 설 민심을 지켜볼 방침이다. 여론 반전에 효과가 있다면 탄핵심판 직접 출석이나 기자회견 등의 추가 대응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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