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부총리 다녀간 공주 산성시장, 총 27만원 소요
대형마트보다 저렴해도 한파에 발길 '뚝'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어휴, 추워~!"
설 연휴를 닷새 앞둔 22일 오후 충남 공주 산성시장은 한산했다. 영하 5도까지 떨어진 날씨에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 가게가 600개 넘고 노점 수도 100여개에 이르는 대형 전통시장에는 몇 안되는 손님들이 추위에 떨며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주문량을 맞추려고 더운 김을 펄펄 내며 바쁘게 돌아가는 떡집 외에 다른 점포들은 개점 휴업이나 다름없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밥상물가도 손님이 별로 없는 이유로 꼽힌다. 이틀 전인 2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성시장을 찾아 "서민 생활 밀접 품목의 물가를 철저히 관리하고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설 대목을 맞은 이 시장에서 정부 정책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을 돌며 설 차례상 마련에 필요한 품목에 대해 가격 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림 비용은 26만6479원으로 집계됐다. 품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2017년 설 차례상 구입 비용 조사 결과' 내 항목을 기준으로 했다. 시장에 없는 일부 상품은 aT가 제시한 값을 그대로 썼다. 이는 aT가 지난해 전통시장 평균 설 차례상 구입 비용으로 제시했던 24만616원에 비해 약 2만6000원 높다.
가장 가격 부담이 큰 것은 역시 쇠고기였다. 육적용 쇠고기 우둔살 1.8kg이 6만5880원, 육탕용 쇠고기 양지 600g 가격은 2만4000원에 달했다.
그나마 지금이 고기를 최대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시기라고 정육점 주인은 귀띔했다. 그는 "설 다 돼서 오면 물량이 달려 좋은 고기를 넉넉히 챙겨주기 힘들다"며 "미리 사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둬라"고 설명했다.
나박김치를 담글 배추는 1포기에 5000원, 육탕과 어탕 등에 쓰이는 무는 1개 3000원 수준이었다. 계란값의 경우 차례상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더라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에 비쌌다. 산성시장에서 계란 10개 가격은 3500원으로 지난해 aT의 전통시장 조사값(1565원)보다 2000원가량 높았다.
계란 상인은 많이 사면 좀 깎아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10판 사면 전체 금액에서 1000원 정도 깎아주는데 더 이상 할인은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AI 때문에 계란 가격이 부쩍 올라 남는 게 거의 없다고 상인은 토로했다.
aT의 올해 전통시장 차례상 구입 비용 산출 결과는 기자가 조사한 금액보다 1만4000원 정도 적은 25만2518원이었다. 같은 품목들을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면 총 34만483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기관들 조사에서도 모두 차례상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대형마트보다는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상욱 산성시장 상인회장은 "입점 수수료 부담이 큰 대형마트에 비해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물품들을 판매할 수 있다"며 "또 고물가에도 정량보다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는 넉넉한 인심을 느끼고 싶다면 전통시장을 꼭 찾아 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성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가격을 묻자 "○○원인데, 좀 더 줄 수 있다"고 먼저 말해왔다. 생선을 사러 온 새댁에게 가게 주인, 옆 손님 할 것 없이 손질법, 조리법을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전통시장이기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다만 추운 날씨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아 전통시장의 '매출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딸들과 산성시장을 찾은 한 주부는 "전통시장 시설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진 게 사실이지만 요즘은 너무 추워서 웬만하면 따뜻하고 편리한 마트에 가게 된다"면서 "그래도 오랜만에 전통시장에 오니 좋다. 같이 온 딸들도 즐거워한다"며 웃어 보였다.
공주(충남)=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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