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아경제 강희종 기자]모처럼만에 큰 눈이 내린 20일 아침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눈을 맞으며 종종 걸음으로 현관을 들어서는 삼성계열사 직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삼성계열사 임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한숨은 돌렸지만 앞으로 더 큰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을 기각했으나 삼성 계열사들의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당장 한 고비를 넘겼으나 더 큰 고비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으나 특검이 기소할 경우 앞으로 험난한 재판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면서 산적한 현안들을 속도감있게 처리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2월초 단행됐던 인사와 조직개편도 한 달 이상 미뤄지면서 직원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불안하기만 하다. 삼성 계열사들은 정해져 있는 소소한 일정들만 처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주로 예정된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발표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등 당초 정해져 있는 일정들만 진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이나 삼성 계열사간 구조조정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물류BPO와 IT서비스 부문으로 분할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SDS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파악된다.
삼성계열사 직원들은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한 특검 수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 사내 인트라넷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글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오너와 관련해 워낙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의견을 내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여전히 몸을 바짝 엎드리고 있다. 삼성은 전날 발표한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는 짤막한 공식 입장 이외에 추가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부담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으나 국민들은 삼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거두지 않고 있다. 경영쇄신과 더불어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앞으로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도 혁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과제"라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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