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지원세력들이 다시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요구되는 시점에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면서 향후 대권 레이스에서 '아킬레스건(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MB계 대거 포진…'MB색' 탈색이 관건= 정치권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19일 오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을 예방해 정치 행보에 속도를 낸다. 반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자리에선 캠프 내 대거 자리잡은 MB계 인사들에 대한 얘기도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캠프 안팎에선 김숙 전 유엔 대사를 축으로 하는 외교관 그룹이 MB계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전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을 의도적으로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경제정책과 향후 대선공약 등을 놓고 반 전 총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곽 교수는 최근 새롭게 꾸려진 서울 도화동의 '마포 캠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는 '광화문팀'으로 상징되는 외교관 그룹이 일정과 메시지 등을 책임지면서 불거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MB계가 대거 반 전 총장 안팎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드러난 반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 귀국과 함께 정치경력이 풍부한 MB계 인사들이 캠프 주변에 몰려들었고, 최근 친박(친박근혜)계 인사 일부까지 합류하면서 일각에선 '도로 박근혜정권'이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캠프 안팎에선 외교관 그룹의 핵심 축인 김 전 대사와 오준 전 유엔 대사가 알력을 빚고 있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캠프 측 인사는 "와전된 내용들"이라고 해명했다. 마포 캠프는 협소한 공간에 마련된 회의 장소에 불과해 애초부터 곽 교수가 이곳으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캠프 측 인사는 "이곳에서 곽 교수를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오 전 대사는 반 전 총장과 10년 가까운 인연을 맺어 외부에서 조언을 하는 위치일 뿐 캠프에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 전 총장의 귀국 전부터 라디오방송에 출연, "국내에 (반 전 총장의) 대변인이나 캠프 조직은 없다"고 확언한 바 있다.
◆SNS 댓글, 검증 '난타전' 예고…반사모, 일부 회원 이탈 조짐= 하지만 최근 반 전 총장의 행보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지원세력 간 엇박자도 회자되고 있다. 반 전 총장도 지난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직후 공항철도 티켓을 끊으면서 만원짜리 지폐 2장을 한꺼번에 자판기에 넣는 등 잇따른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후 꽃동네 봉사 때는 앞치마를 턱받이처럼 착용했고, 선친 묘소를 참배하면서 퇴주잔을 마셨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지난 18일에는 광주 조선대에서 열린 강연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려던 순간 목례를 하려다 실수를 깨닫고 오른손을 가슴 쪽으로 올리기도 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비난은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됐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사람"이란 댓글들이 돌았다.
이런 가운데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외곽 지원세력도 혼란을 겪고 있다. '반사모(반 전 총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등 입당설이 제기되면서 일부 회원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귀국 이후 명확한 노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역 조직을 확장하는 등 회원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캠프 내 인사들이 혼선을 빚으면서 이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대전 현충원 참배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오후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와 면담하고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도 예방한다. 앞서 오전에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안장된 대전 현충원을 찾아 이승만ㆍ박정희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등 작고한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참배에 마침표를 찍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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