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성회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여주던 외국인 자금이 최근 4거래일 동안은 유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12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지난 13일부터 4거래일 간 375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도 17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3일은 하락마감했다. 지난 12일 2087.14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18일 2070.54로 내렸다. 외국인 자금 수급과 관련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시 원·달러 환율이다. 현재 원·달러 환율의 연말 기준 평균 컨센서스는 1220원 수준이다. 현재 환율 1160~1170원에 비추어 볼 때 점진적 수준의 원화약세가 진행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외국인의 매도압력은 강화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적에 있어서도 환율의 안정적 유지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강달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여러 차례 내면서 달러가 약세 전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환율보다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시에 더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원화강세와 약세 국면에서 업종별 수익률은 그 차이가 확연했다. 과거 해당 원화약세 국면에서는 정보기술(IT)과 경기소비재업종이 주가상승률 상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화강세 국면이 진행될 경우 소재, 산업재, 금융업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수급은 원·달러 환율과 강한 역상관관계를 보여 원화약세에서 매도, 강세에서 매수가 확연하다.
다만 최근 원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매수하면서 역상관관계가 약해졌다. 하지만 이 상관관계는 항상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원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매도압력이 증가될 것을 의미한다. 반면 원화강세가 진행되면 잠재적인 외국인 매도충격 리스크가 자연히 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익추정은 원화약세 또는 강세 여부에 따라 움직임이 다르기보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적인 수준에서 움직일 때 상향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에 대한 리스크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때 기업이익의 안정적 성장을 예상한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가능하다. 다만 그 강도가 강할 때는 산업재와 IT업종에서 이익추정 방향의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원화약세에서 추정치 하향, 원화강세에서 상향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강달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달러화 가치가 5주만에 최처치로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 전 각종 기자회견을 통해 강달러에 대한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달러화 가치가 너무 높아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트럼프 당선인이 강달러 정책을 존중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결국 트럼프 공식 취임 후 달러화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약세 전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중국 등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가 취임 이후 이슈화된다면 달러화 약세 흐름이 강화될 수 있다. 향후 구체화될 트럼프노믹스가 시장 금리를 과도하게 상승시키지 않을 경우 리쇼오링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의 행보를 감안할 때 달러화 약세 현상이 보다 가시화될 수도 있다.
다행히 올해 들어 앞서 달러화가 하향 안정되고 미국 시중금리 역시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자금측면에서 이머징 금융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시장으로 글로벌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화 약세 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고 연초 우려감을 높였던 위안화 가치도 단기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음은 국내 시장을 포함한 이머징 금융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엔화 강세 현상, 즉 원·엔 환율이 반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일본주식시장의 매력도가 약화되는 반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매력도 상승할 수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2012년 이후 장기 박스권 상단(2050~2100선)에 진입한 이후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둔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전후해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될 여지가 높고, 달러화 방향성, 브렉시트 등 잠재적인 불확실성까지 감안할 때 추가상승을 위해서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2년 이후 장기 박스권 상단에 진입했던 다섯 번의 경우 대체적으로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가 줄어들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의 경기 서프라이즈 인덱스가 201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우에도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사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외국인 매매에 미치는 영향력은 환율보다 경기회복 기대 및 글로벌 주식시장 강세가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글로벌 주식시장 강세흐름이 이어지는 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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