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금명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18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둘에 대한 재소환은 계획은 없다"며 "지금까지의 조사내용을 종합하고 관련 진술을 검토한 후 금명간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은 전날(17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둘은 이날 새벽녘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날 소환조사에서 둘은 현재까지 보여왔던 진술태도를 유지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또 특검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김 전 실장에 대한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특검의 고발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국조특위 기간이 종료돼 위원 전원의 연서를 받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특검보는 "지원배제명단의 존재 여부에 대해 국회 청문회에서 대답한 부분을 포함한 다른 부분들도 문제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를 몰랐다거나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한 것도 포함이냐는 질문에 "자세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그 부분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ㆍ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배제 방침과 블랙리스트 작성을 관련 수석 등을 통해 하달하는 등 '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김 전 실장을 정점으로 청와대 정무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을 통해 블랙리스트가 문체부에 하달됐고, 이에 따라 문체부가 실무 차원에서 움직였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의 줄거리다.
김 전 실장은 또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인사청탁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다. 김종 전 차관이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등 문체부 입김이 닿는 자리에 특정인사 임명을 추진하는 과정에 간여했다는 것이다. 2014년 김희범 당시 문체부 1차관을 통해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종용한 의혹도 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전 실장이 김 전 차관에게 명단을 주며 실 ㆍ국장을 자르라고 했다"고 폭로하면서 인사개입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특검은 이같은 의혹과 관련해 지난 달 김 전 실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업무 관련 각종 서류와 메모 등을 확보했다. 특검은 당시 김 전 실장이 일부 증거를 인멸하려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와 관련해서도 조사 과정에서 추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는데, 이 기간 동안 김 전 실장의 지시 아래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조 장관은 장관에 오른 뒤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이 될 만한 자료나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와 관련 특검은 지난 12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특검은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실행이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점을 적시하면서 엄정한 처리의 의지를 강하게 표했다. 특검은 이들 외에 유동훈ㆍ송수근 전 문체부 차관, 송광용ㆍ모철민 전 청와대 교문수석,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등을 그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이들 중 일부는 청와대 주도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진술을 조사 과정에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관심은 특검이 김 전 실장 등을 조사한 뒤 박 대통령을 겨냥할 지로 모아진다. 김 전 실장이 의혹의 '정점'으로 흔히 불리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나 암묵적 동의 혹은 교감 없이 블랙리스트 작성이 가능했겠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 또한 김 전 실장 등을 상대로 조사한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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