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16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총수를 비롯한 삼성 핵심 수뇌부들의 자리가 일제히 공백 상태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전일 브리핑을 통해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함께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지난 주말에도 전원 서초사옥으로 출근해 특검 수사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주말 중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 때문에 비상상황에도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당초 영장 청구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15일 이후로 영장청구 결정을 미룬 데 대해 삼성그룹은 기대를 걸고 있다. 국가 경제 등 여러가지를 두루 살펴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다.
도주의 우려, 증거인멸 두 가지 사유가 없는 만큼 구속보다는 불구속 기소가 맞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장 추진 중인 인수합병, 외국인투자자들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기업을 이끄는 총수는 기업활동을 병행하며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은 글로벌 기업 하만 인수합병 추진,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한 달째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시계가 멈춘 것은 지난해 11월 8일이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그룹 서초사옥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는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특검 수사 기간이 한달 연장될 경우 3월말까지는 경영활동에 상당히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서는 사실상 1분기를 공회전해야하는 셈이다.
특히 삼성이 올해부터 빠르게 진행하려 했던 주요 개편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회사 전환은 물론이고 미래전략실 해체, 사장단 인사 등 주요 이슈가 모두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 등 오너(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9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지주회사 체제를 포함해 가능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두루 검토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역시 주주 자격으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결재권자인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는데 시간은 더 걸릴 수 있다. 외부 전문가들과의 검토 끝에 최적화된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를 승인하고 결정할 사령탑이 부재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부는 경제민주화 바람 역시 삼성그룹에는 악재다. 야당은 기업 분할 때 자사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큰 암초를 만나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의 최대 장점이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통해 천문학적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되면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밝힌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 역시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룹 총괄조직인 미래전략실이 지주회사, 계열사 등으로 자연스럽게 흩어져야 하는데 최종 결재권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미래전략실을 어떤 식으로 쪼갤지를 확정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로 예정됐던 사장단 인사 역시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미래전략실 개편과 맞물려 사장단 인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방향을 잡기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일단 전일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중요한 결정들은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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