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장사 잘 되냐고요? '내년에는 괜찮겠지'라고 기대했던 제가 한심해지네요. 올해는 연초부터 원재료 가격이 올라 죽을 맛입니다.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좁은 골목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그는 "경기가 좋았을 때 명동 거리에는 방문객들이 넘쳐나 좁은 골목까지도 밀려들었는데, 최근에는 절반에도 못 미쳐 이 골목까지는 발길조차 닿지 않는다"며 "연말연시 특수는커녕 일 년 내내 스산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노점상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비 수요는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데 반해 원재료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ㆍ일본 등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도 줄어들어 고민이 더 커진 모습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재료로 자주 쓰이는 계란 1판(특란ㆍ30개)이 지난 13일 기준 9491원에 거래됐다. 한 달 만에 50.7% 올랐다. 계란뿐만이 아니다. 당근 1kg당 가격은 평년보다 127.2% 오른 5766원, 무 1개는 127.5% 오른 2775원이다. 배추 1포기는 4108원, 양배추 1포기는 5122원이다. 각각 평년비 88%, 113.2% 상승한 가격대다.
주요 식자재 값은 오르는데 수요는 줄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 수요의 부족분을 채워주던 방한 외국인 방문객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 158만7797명으로, 전월대비 17.6% 감소했다. 국내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우커 수도 같은 기간 감소했다. 11월 51만6956명으로, 전월비 24% 감소했다. 이에 따라 11월 관광수입도 전월비 4.6% 감소한 13억8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아웃바운드 관광시장의 전반적으로 침체해 방한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15일 오후 명동거리는 예년과 달리 관광객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 명동거리는 전단지를 나줘 주는 호객 행위도, 먹거리 노점상들의 큰 외침도 사라진 모습이었다. 20대 남성 직장인 한수현 씨는 "과거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으로 가득 찼던 명동 거리가 주말임에도 방문객들이 많지 않아 깜짝 놀랐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꼭 들른다는 명동거리도 점점 옛 명성을 잃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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