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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눈]한 스님이 시위현장서 소신공양… 예찬할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분신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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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 정원스님, '대통령 퇴진 촉구'죽음의 외침…베트남의 틱광둑과 비교해보니


[뉴스의눈]한 스님이 시위현장서 소신공양… 예찬할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분신정치학' 지난 7일 광화문 앞 열린 마당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메시지를 외친 한 남성이 스스로 몸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붙여 분신을 감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일찍이 출가한 승려였음에 이 분신은 단순한 자살이 아닌 '소신공양'으로 해석되고 있다.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그가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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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사회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는 한, 이 사회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 이상 자유와 존엄을 허락하지 않을 때 스스로 삶의 종지부를 찍어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권리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 게르트 미슐러, <자살의 문화사> 중


지난 7일 늦은 밤, 광화문 앞 열린마당에서 한 남성이 외쳤다. “내란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 그의 소리가 잦아든 자리에선 이내 화염이 솟아올랐고, 불길이 사그라진 후 곧장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남성은 전신 3도 화상, 이미 내장기관 다수가 망가져 이틀을 연명하다 9일 오후 사망했다. 사인은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

그는 64세의 승려로 법명은 ‘정원’, 속명은 서용원이며, SNS에선 스스로를 ‘정원비구’라 칭했다. 1970년대 출가한 정원스님은 특정 종단에 속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차,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직후부터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앞장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떤 이유를 품고 스스로 몸을 불살라 세상에 이토록 무거운 외침을 남긴 것일까?



[뉴스의눈]한 스님이 시위현장서 소신공양… 예찬할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분신정치학' 맥길대학의 연구진이 1971년에 고안한 '맥길 통증 척도'는 통증의 주관적 느낌을 수치화 해 50점 만점을 기준으로 고통의 순위를 나열한 바 있다. 그래프의 최상위엔 작열통 (causalgia, 불에 타는 통증)이 있으며 그 밑으로는 절단, 출산 (primiparas, 초산), 출산 (primiparas, 두번째 출산), 출산 (multiparas, 세번째 이후 출산), 만성요통 (chronic back pain), 암에 의한 통증 (cancer pain, 초기-중기) 등이 뒤를 잇는다. 분신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고의 보시, 극한의 고통


먼저 그의 분신은 통상적인 자살보다는 불교에서 말하는 ‘소신공양’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불교 경전 중 법화경 약왕보살본사품에는 이 소신공양의 전거가 되는 구절이 나온다.


“'내가 비록 신통력을 써서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나 몸으로 공양함만 같지 못하다' 하고 (...) 부처님 앞에서 하늘의 보배 옷으로 몸을 감고 모든 향유로 몸을 적셔 신통력으로 몸을 태우니 광명이 팔십억 항하사 세계에 두루 비추었느니라.”


통증의 주관적 느낌을 수치화한 맥길(McGill)척도에 따르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통증 중 최상위 항목은 작열통(causalgia, 불에 타는 통증)으로, 50점 만점 기준 45점을 기록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끔찍함. 그러나 이 극한의 고통을 참아낸 이들이 죽음에 이르는데 분신의 ‘순간’은 전조에 불과할 뿐, 분신 후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작열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병원으로 이송된 뒤 며칠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죽음을 맞을 수 있다. 만에 하나 숨이 끊기지 않았다면 녹아내린 피부와 장기의 고통을 떠안은 채 극한의 시간을 삶의 마지막까지 보내야 할 터. 하여 이 모든 고통을 끌어안고 세상을 떠나는 자를 향해 법화경은 “모든 보시 가운데 가장 높고 가장 큰 법으로서 부처님께 공양함”이라 찬탄의 문장을 보낸 바 있다.



[뉴스의눈]한 스님이 시위현장서 소신공양… 예찬할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분신정치학' 남베트남 독재자의 종교탄압과 정치적 실정에 항거해 스스로 소신공양을 감행한 틱광둑의 분신은 당시 현장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AP 특파원 말콤 브라운의 촬영을 통해 사진으로 남겨졌다. 사진 외에도 영상으로 촬영된 모습을 보면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곧은 자세를 유지한 뒤 자신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기어이 뒤로 쓰러지는 틱광둑의 결기를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 역사의 향방을 바꾼 틱광둑


이 끔찍한 고통을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감내한 승려가 앞서 베트남에도 있었다. 1963년 가톨릭 신봉자인 남베트남 대통령 응오딘지엠이 집권 후 불교를 탄압하고 자신의 독재에 항거하는 시위자 학살을 자행하자 승려들과 함께 침묵 가두시위를 마친 고승 틱광둑은 가부좌를 겯고 동료의 도움을 통해 기름을 끼얹은 후 광장에서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소신공양에 앞서 그는 제자들에게 “앞으로 넘어지면 흉한 것이니 해외로 피신하고, 뒤로 쓰러지면 투쟁은 승리할 것이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는데, 영상으로 남아있는 틱광둑의 마지막 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기울어진 몸을 가까스로 곧추세워 끝내 뒤로 쓰러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틱광둑이 이 같은 소신공양을 감행한 배경에는 당초 실정을 저질렀음에도 독신에 스스로의 삶은 청렴 하고자 했던 응오딘지엠 곁에서 영부인 노릇을 대신한 동생 응오디누의 아내, 쩐레쑤언의 전횡과 종교 비리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녀는 틱광둑의 분신소식을 듣고도 “저런 것은 단순한 인간 바비큐일 뿐”이라고 반응해 국민적 공분를 샀고 이 같은 분노는 정권을 규탄하는 쿠데타로 이어져 베트남전 발발의 단초가 됐다.



[뉴스의눈]한 스님이 시위현장서 소신공양… 예찬할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분신정치학'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비참한 노동현실 고발을 위해 스스로 분신한 전태일 열사 장례식에서 그의 영정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어머니 이소선 여사. 사진 = 전태일재단 홈페이지



듣지 않는 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불의 외침


47년 전,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스스로 분신한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절규는 아무리 소리쳐도 세상의 부조리를 바꿀 수 있는 위정자의 닫힌 귀에 던지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죽음은 없으며, 한 생명의 무게 또한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는데, 하물며. 제 몸을 스스로 극한의 고통에 밀어 넣으면서까지 던지는 메시지는 간절하다 못해 절박하고, 그 무게도 가늠 못 할 중량을 싣고 세상의 복판에 내려앉는다.

정원스님은 1년 전인 2016년 1월 정부서울청사별관 외교부 앞에서 “매국노는 물러가라”며 정문에 불붙인 화염병을 던지려다 현장에서 붙잡혀 재판을 통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는 공직자의 실책이 세상에 해악을 끼칠 때마다 극렬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만큼 현실정치에 큰 관심을 쏟았고, 즉각 행동에 나서 정치적 의사를 표출해왔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엔 줄곧 광화문을 찾아 피켓 시위에 참여하며 사건 당시 무능한 대처로 일관한 정부를 질타했고, 투신을 감행한 7일 낮에는 최순실 특검이 입주한 건물 로비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박근혜 구속’ 메시지를 적은 천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뉴스의눈]한 스님이 시위현장서 소신공양… 예찬할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분신정치학' 소신공양을 감행한 지난 7일 낮,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건물 로비에서 '세월호 고의침몰 진상규명'이 적힌 천을 들고 1인 시위 중인 정원스님. 사진 = 정원스님 페이스북



문화적 현상인가, 강력한 저항의사인가


‘분신자살의 구조와 메커니즘 연구’ 논문을 발표한 이창언 박사는 분신의 결행을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 형성을 복잡한 관계의 구성적 결과물이자 객관적 구조나 자원, 제도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 현상”이라 지적했고, 미 워싱턴대 사회학과 김효정 교수는 ‘집합행동에 대한 사회운동론적 연구’논문을 통해 “적에게 가해져야 할 공격행동이 자신에게 행해지는 분신자살은 집합행동의 유형 중 ‘퇴장을 통한 저항의사 표출전략’”이라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답답한 세상을 참지 못한 국민의 행렬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로 세상을 밝힐 때, 좀처럼 더디게만 이뤄지는 수사와 특검이 답답해서였을까, 정원스님은 지난 5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항이란 무엇인가? 어떤 방식이 저항이며 혁명에 값할 수 있는 것인지...”라는 글을 남겼고, 뒤이어 “머지않아 나도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할 거야”라고 읊조렸다. 그리고 그날 밤 스스로를 공양하기에 이른다. 그의 분신의 배경에는 현 사회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크게 자리했고, ‘누적된 분노에 대한 응축된 폭발, 돌발적 표출’이자 ‘준비된 정치적 자살’이며 ‘종교적 관점의 소신공양’이라는 다양한 사유와 해석이 존재한다.



어지러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 어떤 승려의 분신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의 장례는 오늘(14일) 정오 시민사회장으로 불교식 발인을 통해 진행되며, 오후 1시에는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영정과 위패를 모시고 노제가 열릴 예정이다. 한 생명의 무게에 실린 항거의 메시지는 주말 광화문의 촛불행렬로 이어져 스스로 재가 된 이의 넋을 넉넉히 위로할 수 있을까.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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