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도 구본상 부회장 사면 부탁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SK그룹이 안종범(사진)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최태원 회장의 사면에 대한 극진한 사의를 표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조사하고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등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라서 주목된다.
SK는 '박근혜ㆍ최순실 재단'이나 다름없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모두 111억원을 출연했고 최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15년 8월 사면됐다.
이는 일부 대기업의 재단출연 대가성, 즉 박 대통령 측과의 뇌물수수 의혹을 더 짙게 만드는 대목이다. 안 전 수석은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자신이 휘말린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서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확인한 안 전 수석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검찰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은 2015년 8월13일 안 전 수석에게 'SK 김창근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늘같은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 사면시켜 주신 것에 대해 감사감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회장은 이어 지난해 1월14일 새해 인사를 겸해 안 전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최태원 회장 사면복권시켜준 은혜 잊지 않고'라고 말했다.
하현회 LG그룹 사장 또한 지난해 7월26일 안 전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구본상 부회장이 형기를 95% 가량 채웠음을 상기시키고 "(사면을) 검토해보시고…"라고 말했다. 분식회계 등 혐의로 복역한 그는 사면을 못 받고 지난해 10월 만기출소했다. LG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78억원을 출연했다.
출범 단계에서 검찰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특검은 이런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신병처리 이후 다른 대기업들로 수사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란 관측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모금하고 청와대의 주요 기밀문건을 유출받아 국정에 개입ㆍ농단하거나 여기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둘 모두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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