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밤샘 조사' 핵심쟁점…승마지원, 삼성물산 합병의혹, 재단 지원 등 공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창과 방패가 부딪친 22시간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은 13일 오전 7시50분께 마무리됐다.
특검팀은 '기업 수사통'인 한동훈 부장검사가 전면에 나섰고, 삼성 측은 대검찰청 합동수사단 팀장 출신 이정호 변호사가 변론에 나섰다.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들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 주변에서 사실상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 부회장은 밤샘 조사를 끝낸 뒤 삼성 서초사옥으로 출근했다.
특검팀은 재소환은 없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처리가 임박했다는 얘기다. 특검팀과 삼성 측이 정면으로 부딪친 핵심 쟁점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의 대가성 여부 등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7월 이 부회장과의 독대 과정에서 '정유라 승마' 지원을 강하게 요구했다. "승마 지원이 왜 늦느냐"면서 이 부회장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승마지원 판단은 대가 관계가 전제된 뇌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하게 됐다"면서 "뇌물이 아니라 강요와 협박에 따라 돈을 지원한 우리는 피해자"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도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사안이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가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돕고자 국민연금에 찬성 표결 외압을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 측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른 합병"이라면서 "정유라 승마지원과는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도 특검은 어떤 형태로든 반대급부를 기대해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일관되게 "어떤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재단에)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 가능성을 흘리는 등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보다 여론 압박을 통한 꿰맞추기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이 부회장이 도주하거나 증거인멸을 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구속수사가 맞는지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구속 수사 원칙을 실천하는 게 맞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이 부회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이 동시에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긴장 속에 사태 추이를 바라보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돼 실제로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올해 예정돼 있던 주요 사업들은 사실상 올스톱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수 조원에 이르는 특정 투자 계획을 집행하려면 그룹 오너의 판단이 필수적인데 각종 투자 판단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삼성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사태를 겪으면서 큰 위기를 경험했지만 4분기에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도 세계적인 전장기업인 하만 인수 등 굵직한 사업 현안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말 미룬 임원 인사 등 그룹 내부의 밀린 숙제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쪽에서는 특검 조사도 마무리된 만큼 각종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판단을 통해 여러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앞으로 지켜보는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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