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고 장구치고 꽹가리까지…다재다능함의 상징 트리플더블
NBA선 2위 하든도 10회 기록
KBL선 경기시간 짧고 조직력 중시
삼성 크레익만 지난달 1회 성공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올 시즌 미국프로농구(NBA)는 '트리플더블' 풍년이다. 트리플더블은 한 선수가 다섯 부문(득점ㆍ리바운드ㆍ어시스트ㆍ가로채기ㆍ블록슛) 중 세 부문에서 두 자리 수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농구해설가 손대범(37)씨는 "다재다능함과 팀 내 비중, 영향력 등을 나타낸다"고 했다.
이번 정규리그에서 돋보이는 선수는 제임스 하든(28ㆍ휴스턴 로켓츠)과 러셀 웨스트브룩(29ㆍ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특히 웨스트브룩은 서른여덟 경기에서 트리플더블을 열일곱 번 했다. 평균 31.4득점 10.3어시스트 10.6리바운드로 '시즌 트리플더블'을 유지하고 있다. 하든은 서른아홉 경기에서 트리플더블을 열 번 했다.
올 시즌 한국프로농구(KBL)에서는 보기 드문 기록이다. 마이클 크레익(25ㆍ서울 삼성)이 지난달 3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한 부산 kt와의 홈경기(삼성 109-82승)에서 22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남긴 것이 유일하다.
한국에서 트리플더블은 왜 보기 힘들까. 우선 KBL은 NBA보다 경기시간이 짧다. NBA는 쿼터당 12분씩 4쿼터를 한다. 모두 48분. 반면 KBL은 쿼터당 10분씩 4쿼터로 40분을 한다. 정해진 역할도 기록 양산도 방해가 된다. 현주엽 MBC스포츠 해설위원(41)은 "KBL은 외국인 선수들이 리바운드를 담당하고 국내 선수들이 패스, 조율을 하는 등 역할이 나눠져 있다"면서 "한 선수의 여러 기록이 모두 좋기 어렵다"고 했다.
현주엽 해설위원은 1998년~2009년 트리플더블을 일골 번 기록했다. 국내선수로는 여덟 번 이룬 주희정(40ㆍ서울 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현주엽 위원은 "국내 선수인데도 팀에서 골밑싸움 등 여러 역할을 맡겨서 가능했다"고 했다.
손대범 씨는 "KBL은 한 선수에 공격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대다수 감독들은 조직력과 팀플레이를 강조하며 트리플더블을 경계한다. 선수들은 이런 팀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손씨는 "자신의 기록에 무관심한 분위기가 생긴다. 트리플더블이 많아지려면 어느 정도 욕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우제를 지내야 할 만큼 가뭄은 아닌 듯하다.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50)은 "요즘 국내 선수들 중에는 신장과 미들슛, 패스가 모두 좋은 포워드들이 많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가장 기대를 받는 선수는 오세근(29ㆍ안양 KGC)이다. 지난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울산 모비스와 한 홈경기(KGC 74-63승)에서 10득점 13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트리플더블에 어시스트 하나가 모자랐다. 송교창(21ㆍ전주 KCC), 최준용(23ㆍ서울 SK), 강상재(23ㆍ인천 전자랜드) 등도 기록에 도전할 만한 선수로 자주 거론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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