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광화문광장에서 11차 촛불집회 열려...세월호 생존 학생들 최초로 공식 무대에서 발언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금보령 기자, 기하영 기자]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을께".
정유년 새해 첫 번째 주말,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즈음해 열린 11차 촛불집회에 오후 8시 현재 서울 광화문 60만여명 등 전국 65만여명이 참가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더불어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 학생들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올라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했고 시민들은 눈물과 외침으로 답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된 본집회에는 촛불집회 최초로 세월호 참사 당시 생존학생이 무대에 올랐다. 2학년7반 김진태, 5반 김선우, 6반 이종범, 5반 박준혁, 1반 설수빈, 3반 양정원, 1반 박도연, 2반 이인서, 1반 장애진 학생 등 9명은 먼저 간 친구들에 대한 그리운 마음과 진상규명의 바람을 풀어냈다.
장애진양은 "저희가 이곳에 서서 시민여러분들 앞에서 온전히 저희 입장을 말씀드리기까지 3년이 걸렸다"며 "저희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흐르고 나라에서 워낙 숨기는 게 많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여러분 덕분에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양은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이 들기도 한다"며 "대통령 7시간의 사생활을 다 알아야 하느냐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7시간 동안 제대로 지시해줬다면 지금처럼 희생자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양은 "먼저 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다"며 "우리는 너희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너희를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그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생존 학생이 담담하면서도 울먹이는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가자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발언이 끝나자 생존자 학생의 부모님과 희생된 아이들이 부모님이 서로를 안으며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 역시 "지금은 어떤 일도 할 수 없지만 다시 3월이 돼 새로운 선체 인양을 시작하려면 국민의 힘이 필요하다"며 "아직 세월호에 있는 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1000일 동안 유가족과 함께한 시민들도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내며 앞으로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밝혔다. 매일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에게 리본을 나눠주는 '광화문 리본 공작소' 정찬민씨는 "월 평균 21만5000개를 만들어 세월호를 기억하는 시민들에게 나눔했다"며 "기억하고 되살리는 아름다운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누구라도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장은하 416대학생연대 대표는 "국민들은 아직도 세월호 참사 그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 부패한 정권은 참사 날짜와 구조 상황의 문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 건설이 416세대인 나와 우리의 일이다. 진상규명 되는 그날까지 대학생들도 학내에서 거리에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7시35분에는 소등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광장에 모인 모든 시민들이 촛불과 핸드폰 불빛을 끄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회자는 "우리 손으로 진실을 밝히고 빼앗긴 것들을 되찾아 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000개의 노란 풍선을 하늘에 날리며 촛불을 키고 자리에 일어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를 함께 불렀다.
한편 집회 후에는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으로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학생들이 1학년 때 찍은 단체사진 등을 앞세우고 청와대를 향해 걷고 총리 공관 앞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출을 촉구하는 노란 종이비행기 300개를 날린다. 또 헌재 앞에서는 '탄핵소추안 인용' 판결문 낭독을 진행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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