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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울한 기분, 누구에게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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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우울한 기분, 누구에게나 온다 정민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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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승용 기자]누구에게나 우울한 기분은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그 우울한 기분을 쉽게 털어내고 잘 극복해 내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깊은 우울감에 빠져 우울증이라는 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둘 사이에는 과연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삶에 대한 태도와 생각의 차이가 우울증에 잘 걸리게도 하고, 극복하게도 한다.


일례로 한 여자의 일생을 이야기를 풀어보자. 이 여성는 평생을 오직 자식만을 위해 살아왔다. 남편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못했는지 그녀는 아들을 잘 키우는 것을 인생의 최대 목표이자 위로로 삼은 뒤 최고의 음식만을 먹였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하물며 아이가 학교에 가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했다.

아들이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면 그녀의 모든 일정은 아이 학원 스케줄에 맞춰 있었고 아이가 집에 돌아와 잠이 들고 난 이후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아들은 기대에 맞게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의 직업까지 가지게 됐고 좋은 신붓감을 만나 독립도 했다.


그러나 그는 꿈꿨던 대로 모든 일들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울해기지 시작했다. 잠도 잘 이룰 수 없고 입맛도 없어졌다. 더욱이 이런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우울함의 깊이는 더욱 심해졌고 삶의 의미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 어머니가 이제껏 살아왔던 방식은 ‘자식의 성공’이 최고의 목표였고 남편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과 행복을 오직 자신이 아닌 아들에게만 집중했다. 자신을 돌보지도 주의를 살피지도 못한 중년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제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현재 느끼는 우울한 기분에서 헤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아들은 그녀의 인생 목표도 아니고 위로도 되지 않으며 평생을 본인의 인생과 맞바꿔 일궈낸 ‘떠나보낸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우울한 기분이 심해졌을 때는 분명 우울증 약이 필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으로는 삶에 대한 태도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애지중지 했던 아들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이 좀 더 가치 있고 행복하고 즐거워져야만 한다.


주변에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남편과 친구들도 필요하다. 열심히 땀 흘리고 몰두할 수 있는 운동, 적당한 높이의 산에 올라 멋진 경치와 맑은 공기를 만끽하는 여유도 갖는다면 더욱 좋겠다.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좋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거나 노동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을 가져 보는 것도 두 말할 나위없겠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자신을 비난하거나 업신여기는 태도에서 작은 일에도 자신을 격려하고 사랑하는 사고의 습관도 필요하다. 그리고 스스로의 삶을 회상하면서 지금 내가 왜 우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지에 대한 통찰이 이뤄진다면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다.


위 사례에서 언급했던 여성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중년 여성이 최근 내원했다. 그녀의 심각한 우울감은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4주 정도 지나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불면 또한 수면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마도 약물치료가 시작되고 정신과 전문의와의 적절한 상담을 진행한다면 한두 달 뒤쯤에 그녀의 우울감은 상당히 호전돼 있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여전히 예전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면 약물의 용량을 줄이거나 끊게 되면 다시 우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약물은 사람이 우울할 때 머릿속에서 줄어드는 뇌호르몬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서 우울감을 덜어준다. 그러므로 약물 처방과 함께 환자의 생각과 태도도 바뀌어야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신건강을 위해 이를 장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과 복지정책 수립 등이 우울증의 극복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정신과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은 단연코 단순하지 않다. 정신과 병원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환자에게 단지 약만 처방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에 대한 훈련,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하는 훈련, 산책, 운동요법, 요가, 명상, 음악치료, 미술치료 및 다양한 취미활동을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서라도 환자의 상황에 대한 통찰을 도와줄 의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우울증뿐만 아니라, 조울병, 조현병, 치매 등 대부분의 정신과 질환에서는 기본적인 투약 이외에 환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훈련도 필요하다. 특히 치료적 도움 받을 정신과 병원을 선택할 때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판단도 매우 중요하다.




문승용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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