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대가성 입증에 수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 모녀를 지원한 것이 사실상 합병을 돕는 대가로 보고 청와대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잇따라 소환하고 있다.
특검팀은 5일 오전 10시30분께부터 김진수 청와대 고용복지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26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김 비서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김 비서관은 "(삼성 합병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실대로 정확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승계 핵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정부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비서관은 2014년 9월부터 현재까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에 재직하며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아 합병안에 찬성하라는 청와대 지시를 국민연금에 전달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김 비서관을 청와대와 국민연금 합병 찬성 과정에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알 수 있는 핵심 인물로 보고, 지난달 26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의 자택과 함께 김 비서관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전 수석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8월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보건복지부에 국민연금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1일 실시한 보건복지부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두 회사 합병을 앞두고 복지부 공무원들이 청와대 보건복지수석실과 이메일로 합병 찬성을 논의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임원진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검팀은 3일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전 대한승마협회 부회장)를 소환조사했다. 이 상무가 2015년 7월 갑작스레 협회 부회장에서 교체된 배경에 박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승마선수 지원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고, 그 원인이 된 협회 간부를 교체하라 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과의 독대 직후 이 부회장은 회의를 소집했고 바로 다음날 이 상무는 경질됐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 이 상무를 현재 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로 교체하라는 기록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총무이사도 같은 이유로 권오택 삼성전자 부장에서 김문수 부장으로 교체됐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활동 등에 특혜 지원을 한 것이 박 대통령과 최 씨, 삼성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구성하는 틀에 상당한 수준으로 들어맞는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이 상무를 시작으로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진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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