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서 다시 살아난 피터 커싱의 열연에 깜짝 … CG기술이 죽음도 뛰어넘다
(이 기사는 영화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읽기를 원치 않으시다면 창을 닫아주세요)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이은주, 이소룡, 장국영…. 지난 세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명배우들. 이젠 스크린에서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퍼하는 팬들이 많은데요. 이제 첨단 과학의 힘으로 세상을 떠났던 스타들을 신작 영화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난달 중순 개봉한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원)'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가상 배우' 시대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로그원은 스타워즈3(2005)와 스타워즈4(1977) 사이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데요. 제국군의 초거대요새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탈취하기 위한 연합군 병사들의 고군분투를 박진감 넘치게 그렸습니다.
영화 중에서 무엇보다도 눈길을 끌었던 건 바로 영국 배우 피터 커싱입니다. 1977년 시리즈 첫번째 작품 '스타워즈 4 : 새로운 희망'에서 초거대요새 데스스타의 지휘권을 가진 제국군 윌허프 타킨 총독 역을 맡았던 분이죠.
뚜렷한 마스크에 인상적인 연기로 스타워즈 이전에도 '드라큐라', '미이라' 등의 공포영화를 통해 인기를 끌었던 배우였습니다. 영화배우를 하기전에는 TV 배우로 활약했는데, 그의 전성기에는 영국에서 "TV란 피터 커싱에 안테나가 달린 것"이란 농담이 나왔을 정도였다네요. 그만큼 TV에 자주 나오던 인물이었단 소리죠.
이렇듯 전설의 스타였지만 안타깝게 1994년에 작고하셨는데요. 로그원에서 컴퓨터그래픽(CG)로 실제 인물과도 구분이 되지 않을만큼 정교하게 그의 모습을 재현해 냈습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피터 커싱의 CG화는 단지 루머로만 돌던 이야기였는데 이게 사실로 밝혀진 겁니다.
또한 로그원에선 지난달 28일 돌아가신 캐리 피셔(레아공주 역)도 20대 시절 얼굴 그대로 등장합니다. 그녀의 등장 덕분에 스타워즈 로그원의 결말이 자연스럽게 스타워즈4의 첫장면(다스베이더가 데스스타 설계도를 입수한 레아공주의 우주선을 뒤쫓는 장면)과 연결될 수 있었죠.
캐리 피셔는 루카스필름과 스타워즈 9편까지 출연 계약을 맺었는데요. 그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현재 향후 촬영이 난항에 부딪쳤습니다. 8편까지는 촬영을 끝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9편은 그녀가 CG로 출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작사는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최근 수년간 CG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고인이 된 배우들이 CG로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빈번해졌습니다. 오드리 햅번은 초콜릿 광고를 찍었구요.
분노의 질주7에서 촬영을 다 마치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사망한 폴 워커도 CG로 다시 살아나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죠.
물론 CG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이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약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는데요. 그는 당시 촬영중이던 영화 헝거게임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고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진은 촬영하지 못한 그의 분량에 대해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됐죠.
선택지 중에는 호프만의 생전 모습을 바탕으로 CG를 만들어 쓴다는 아이디어도 포함됐었습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CG를 쓰는 대신 각본을 수정하기로 결정합니다. 연출을 맡은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가짜 호프만을 보여주는 것은 비극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영국매체 가디언의 영화담당 편집자 캐서린 쇼드도 "죽음의 존엄성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로그원에서 피터 커싱이 되살아난 것은 디지털 시대가 죽은 자에게 모욕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시절 그배우들의 재림, 여러분은 그들을 환영하십니까, 아니면 "돌아가신 분들 괜히 건드리지 말았으면"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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