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김보경 기자] "인적 청산은 '핵'만 없애야 한다. 종양의 뿌리를 없애야 한다. 그래야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누리당을 새롭게 하는것이 보수의 정통을 지켜나가는 것"이라며 "뼈아픈 인적 청산을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처음부터 내가 이기는 싸움…서청원은 예의를 갖춰야"= 이날 간담회에서 인 위원장은 '종양' '무례' '할복' 등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이례적으로 쇄신 대상인 친박(친박근혜) 핵심인사들을 공격했다.
그는 "여러분은 인명진이 이길 것이냐, 친박이 이길 것이냐를 싸움 구경하듯 보는데, 이건 처음부터 (내가) 이기는 싸움"이라며 "나는 옳은 일을 한다. 정치적 목적이나 욕심 없이 왔기에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박 좌장 격인 서청원 의원을 정조준했다. 서 의원이 당내 소속 의원들에게 돌린 '인적 청산 거부' 편지와 관련해 "무례한 일"이라고 공격했다. 또 "서 의원이 나에게 그렇게 무례하면 안 된다.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내가 언제 누구에게 나가라고 했느냐"며 "일본 같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면 (친박은) 할복(割腹)을 한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하고 염치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서 "의원직을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탈당하라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나"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서 의원이 자신을 '독선적'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서도 "스스로 책임있는 사람들이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자기들도 사람 만나고 여론을 볼 텐데 스스로 결정해 책임을 지라는 게 독선이냐"고 반박했다.
앞서 서 의원은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돌린 편지에서 "'지금 누가 누구를 청산할 수 있습니까, 말이 안 되죠'라고 말했던 인 비대위원장이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성직자로서 하신 말씀이기에 믿음을 가졌는데 약속을 어겼다"는 설명이다.
◆"친박은 적어도 도망치진 않았다…신당은 잔뜩 똥을 싸놓고 갔다"= 인 위원장은 분당(分黨)한 개혁보수신당 인사들에 대해서도 "그쪽도 인적 청산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적어도 친박은 도망치진 않았다"면서 "신당은 정통보수를 대변하지 못한다. 잔뜩 똥을 싸놓고 도망갔다"고 비난했다.
그는 "제가 친박(친박근혜)을 다 내쫓고 새누리당을 비박(비박근혜)에게 바칠 것이란 '음모론'도 돌고 있다"면서 "그건 제 뜻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
다만 전날 탈당한 이정현 전 대표에 대해선 "탈당계를 내셨다는데 일단 보류하라고 말씀드렸다. 솔직히 인적 청산을 한다고 하면서 별로 머릿속에 없던 분인데 모범을 보여주셨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탈당 의사와 관련해선 "섭섭하다"면서도 "지금 우리나라의 국정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정부의 공과를 다 지고 나가신다고 하니 한편으론 감사하다"고 평가했다.
인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새누리당에선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친박 핵심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 시도가 서청원ㆍ최경환 의원 등의 반발로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친박 좌장인 서 의원과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 의원, 대표적인 친박 강경파인 김진태 의원 등은 적어도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 위원장을 영입한 정우택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친박이 탈당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인 위원장과 함께 동반사퇴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이로 인해 내전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비대위원장과 운명을 같이 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인 위원장이 탈당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오는 6일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인적 쇄신은 일종의 치킨게임 양상을 띠게 됐다.
친박계는 인 위원장 체제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 인적 청산을 지속적으로 고집할 경우 체제를 엎어서라도 맞서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날 당내외 인사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인적 쇄신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우선 정갑윤, 이인제, 김관용 등 친박계 중진 인사들과 만날 예정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친박 모임인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이끌었던 세 사람과 인적쇄신의 수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오후에는 당 소속 재선의원들과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다시 원외당협위원장, 초선의원들을 차례로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초·재선 의원들은 비대위원장의 인적 쇄신 방침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한 상태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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