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초동여담]"계란이 왔어요" 그리운 그 소리

시계아이콘01분 25초 소요

"불금엔 치맥이 진리." 소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금요일 저녁 외식에 딸아이는 치킨을 고집했다. 엄마 아빠는 어차피 술 한잔 할 거니 이왕이면 오늘 저녁은 치킨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킨은 내일 꼭 먹고 오늘은 삼겹살이나 조개구이가 어떻겠느냐고 달랬지만 딸아이는 치킨은 토요일보다는 금요일에 먹는 게 제맛이라고 생떼를 쓴다. 여기서 물러나면 부모 체면이 말이 아니지. 괜한 오기가 발동한다. 요즘 조류독감(AI)이 유행이라 치킨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AI 바이러스는 75도이상의 온도에서 5분이면 사멸되니 이 말은 순전히 거짓말이다)고 해봤지만 장사가 안될 때 주문하면 가게주인이 얼마나 반가워 더 맛있게 튀기겠느냐는 논리까지 꺼냈다. 삼자합의는 실패로 끝났고 그에따라 그날 저녁 메뉴는 '제3지대' 족발이 간택됐다.


풍경이 달라진 것은 집뿐만이 아니다. 을지로 골뱅이 골목으로 칠 것 같으면 매콤한 파무침에 쫄깃한 골뱅이의 식감으로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술잔이 몇 순배 돌고 모임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인심 넉넉한 이모가 서비스라며 내놓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계란말이도 일품이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계란말이 서비스가 자취를 감췄다. 뚝배기 가득 넘쳐 흐르던 계란탕이 절반도 안되는 집도 있다. 계란말이가 안되면 달걀말이라도 달라고 떼쓰는 것은 아재개그 축에도 못낀다. 서비스가 아니라 주문을 한다해도 계란값이 금값이 된지라 손이 떨린다.

회사 인근의 단골 식당도 사정은 비슷하게 변했다. 야속하게도 계란 후라이값을 4배나 올려버린 것이다. 평소 500원 하던 것을 2000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한 것. 계란 한판이 1만원에 가까워진다고 하니 야박한 주인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쪽 면만 살짝 익혀 노른자가 탱글탱글한, 말 그대로 '서니 사이드 업' 자태를 뽐내던 그 집 후라이를 당분간 맛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단골 손님들의 불평어린 눈빛을 간파했던지 주인 아저씨는 그 다음에 다시 찾았을 때는 후라이를 서비스로 내놓았다.


닭 한마리와 계란 하나가 바꿔놓은 일상이다. AI로 가금류 2500만마리가 살처분됐고 이중 알 낳는 닭(산란계)이 1500여만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닭이나 계란은 죄가 없다. 허술한 방역 당국을 탓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용케 AI를 피한 닭이 알을 낳고 그 알이 부화해 병아리로 된 후 닭이 되어 알을 낳을 수 있게 되기까지 적어도 6개월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당분간 계란 대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막상 계란 대란이라고 하니 계란처럼 전후방 효과가 있는 생필품도 없는 듯하다. 실제 계란은 일반 가정집 식탁은 물론 각종 빵과 과자를 만드는 제빵 제과업체에서도 필수 원재료다. 그래서 계란값 상승은 식탁물가 상승으로 그대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평온한 오후 낮잠이라도 잘라치면 골목길 멀리서부터 시작해 정적을 깨웠던, 그래서 야속하기만 했던 계란장수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계란이 왔어요. 계란이 와. 한판에 3000원. 싱싱하고 맛좋은 계란이 왔어요. 한판에 3000원." 스피커에서 무한반복되던 그 목소리가 그리워질 줄이야.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