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최초 초등학력 인정 기관인 ‘영등포 늘푸름 학교’ 졸업생 35명 첫 배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여든이 넘은 나이에 생애 첫 졸업장을 받게 된다니 너무 설레고 기쁩니다.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습니다” (신길동 조모(83) 어르신)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가 배움의 기회를 잃은 어르신들을 위해 설립한 성인문해학교 ‘영등포 늘푸름학교’가 올해 처음으로 3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구는 21일 오전 9시30분 구청 별관 제2평생학습센터에서 ‘영등포 늘푸름학교’ 제1회 졸업식을 개최한다.
‘영등포 늘푸름학교’는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들이 별도의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고도 구에서 운영하는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초등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성인문해 교육기관이다.
해당 과정을 이수한 학습자에게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 인증서가 교부된다.
구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최초로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초등학력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승인 지정 돼 구청에서도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올 2월1일 처음 문을 연 늘푸름학교는 35명의 입학생을 받아 이달 19일까지 매주 수업을 진행해 왔다. 학생들의 평균 연령은 74세, 이중 최고령자는 84세에 이른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오전 9시30분 시작되는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한 시간 일찍 나와 수업 내용을 예·복습한 이가 수 명이고, 개근자만 해도 35명 중 10명에 이른다.
한창 팔팔한 젊은이가 아닌 고령의 어르신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특히 입학생 35명 중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든 어르신들이 졸업장을 받게 돼 그 의미가 더 크다.
수업에 참여한 김금섬(76)어르신은 “기역자도 잘 모르고 살다가 한글이라는 문자를 배우고 처음으로 가족들을 위한 시를 써봤는데 말이 아닌 시를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는 기분이 뭉클하고 새로웠다. 이젠 손자들에게편지도 자주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늘푸름학교는 노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친교의 장이기도 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힘쓰느라 당신의 삶은 챙기지 못해 친구들과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은데 같이 공부하고 야외활동도 하면서 우정을 쌓고 쓸쓸한 노년기를 서로간의 다독임으로 따뜻하게 채워나갔다.
전재미(81)어르신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 많은 학우들, 좋은 말씀을 해주는 선생님을 만나고 서로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구는 내년도에도 영등포 늘푸름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12월 말경 서울시교육청의 인가를 얻은 후 내년 1월부터 수강생을 모집해 3월부터 개학한다는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문해기초능력 향상 및 지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지역내 어르신 등 저학력의 비문해자들을 위해 2013년에 지역내 만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은빛생각교실’을 개설해 운영한 노력을 인정 받아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2016 초등학력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조길형 구청장은 “이제는 글자를 읽으며 혼자서 지하철도 탈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보면 성인문해학습이 단순한 문해교육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삶의 바꾸어놓는 인생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성인문해교육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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