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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 36] Lynyrd Skynyrd - Christmas Time Again(2000)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7초

미국 남부에서 온 호탕한 산타할아버지

[서덕의 디스코피아 36] Lynyrd Skynyrd - Christmas Time Again(2000) Lynyrd Skynyrd - Christmas Tim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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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은 연말의 설렘을 나르는 음악이지만 동시에 무척 상업적이다. 캐럴 음반은 대부분 뮤지션의 작곡 능력이나 음악적 지향과 관계없이 기존 캐럴을 가져다 리메이크하는데 그친다. 왬!(Wham!)의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내가 성탄절에 원하는 건 당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처럼 훌륭한 창작 캐럴을 만드는 경우, 혹은 원본을 뛰어넘는 리메이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예는 역시 드물다. 캐럴은 앨범 콘셉트를 만들기도 간단한 편. 산타, 크리스마스트리, 벽난로, 함박눈, 루돌프의 이미지를 총동원해 연말 분위기를 내면 된다. 거기에 하나의 수록곡이라도 인기몰이에 성공하면 연말마다 저작권이 들어오니, 캐럴은 정말 투자대비 기대효과가 높은 상품이다.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크리스마스 타임 어게인〉은 일견 복잡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두꺼운 팔뚝, 카우보이모자, 일그러진 기타사운드, 하드록과 컨트리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남부의 마초 냄새 뚝뚝 나는 그룹의 이미지와 달달한 캐럴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 혹은 타협 따윈 없어 보이는 이 밴드도 연말을 맞아 캐럴 장사에 나선 적이 있었나하는 의아함. 이 복잡한 심정은 첫 곡인 ‘산타스 메스인 위드 더 키드(Santa's Messin’ with the Kid)’에서부터 풀린다. 이거 진짜 캐럴 맞나 싶을 정도로 후끈하다.

미국 남부의 터줏대감인 이 멋진 밴드는 캐럴을 녹음하면서 자신들의 스타일을 바꾸지 않았다. 조금 과장하면 그들의 원래 음악에 가사만 캐럴로 바꾼 것처럼 들릴 정도. ‘루돌프 사슴코(Rudolph the Red-Nosed Reindeer)’를 반 잰트(Johnny Van Zant)의 목소리로 들으니 썰매 끌어달라는 부탁이 협박처럼 들린다. 원래는 흥겨웠던 맥 라이스(Mack Rice)의 ‘산타클로스 원츠 썸 러빙(Santa Claus Wants Some Lovin’)’도 웅혼한 하드록으로 요리했다. “울면 안 돼(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산타는 오늘 밤에 다녀가시긴 하는데 과속이다.


고전들을 리메이크로만 앨범을 채우지도 않았다. 수록곡들의 나머지 절반 정도는 자작곡이란 점에서 밴드의 성의가 느껴진다. 온 멤버가 함께 만든 ‘크리스마스 타임 어게인(Christmas Time Again)’과 ‘스키너드 패밀리(Skynyrd Family)’에선 투박하면서도 따듯한 밴드 특유의 색이 진하게 난다. 오버드라이브된 기타가 신나게 질주하면서도 때가 되면 크리스마스 신호등을 지킨다. 4번 트랙인 피아노곡 ‘그린슬리브스(Green Sleeves)’와 통기타 반주에 어린이 합창으로 꾸민 9번 트랙 ‘클래시컬 크리스마스(Classical Christmas)’는 한 숨 돌리기 좋다.

길거리의 캐럴들이 케이크라면, 이 앨범은 록 전문 쉐프가 요리한 스테이크다. 리메이크에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새로운 성탄절 음악을 만들며, 필요한 순간에는 디저트 격의 노래까지 적절하게 차려낸 앨범. 당도 과다의 성탄절 음악에 지친 이들에게는 훌륭한 대안. 노장 밴드의 내공은 장르를 바꿔도 여전하다.



[서덕의 디스코피아 36] Lynyrd Skynyrd - Christmas Time Again(2000) 서덕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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