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출신 슐츠와 라이스에 이어 틸러슨까지, '신비주의' 앞세워 막강 파워 자랑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미국의 국무장관 사관학교."
마스터스의 개최지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이 뜨고 있다. 이번 '키워드'는 더욱이 골프가 아니라 정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4일 오거스타 회원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게 출발점이다. 오거스타는 이미 조지 슐츠(도널드 레이건 대통령)와 콘돌리자 라이스(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2명의 회원을 국무장관으로 배출한 적이 있다.
틸러슨은 연방의회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미국의 첫 석유회사 출신 국무부 수장이 된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핸디캡 18의 골프마니아이고, 필 미켈슨과 친분이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2014년 AT&T페블비치프로암에서 미켈슨과 동반 플레이를 펼쳤고, 이 인연으로 미켈슨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만든 '필&에이미재단'을 후원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틸러슨을 소개한 사람이 바로 라이스 전 장관이다. "미국의 이익과 가치를 대변할 애국자"라며 "비범하고 폭넓은 국제적 경험과 국제 경제의 깊은 이해, 세계에서 미국의 특별한 역할에 대한 신념을 지녔다"고 강력히 추천했다. 라이스가 2012년 여성 최초로 달라 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재정전문가와 함께 오거스타에 입회해 '금녀(禁女)의 벽'을 허문 주인공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자리잡은 오거스타는 '골프 성지(聖地)'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와 함께 골퍼들의 '버킷리스트 1순위'로 꼽히는 명코스다. 하지만 입회가 까다롭고, 철저한 회원중심제 운영으로 '스노비클럽(snobby club)'이란 악명이 붙었을 정도로 폐쇄적이다. 실제 미국의 내로라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가입을 희망하고 있지만 대기자 신분에 불과하다.
딱 300명의 회원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금까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루이스 거스너 IBM 전 회장 등 세계 최고의 거물들과 로저 구델 미프로풋볼(NFL) 전 커미셔너, 테렌스 맥궈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CEO 등 극소수의 스포츠인이 회원으로 공개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마저 퇴짜를 맞은 일화가 유명하다.
어렵게 회원 자격을 얻어도 골프장의 명예를 훼손시키면 곧바로 퇴출된다. 오랫동안 인종차별과 성차별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흑인은 1990년에서야 처음 입회가 허용됐고, 2012년 여성회원을 받았지만 아직도 여성전용 티잉그라운드가 없다. 비회원에게는 당연히 '꿈의 골프장'이다. 회원 동반이 아니면 플레이는 고사하고 정문조차 통과할 수 없다.
오거스타가 남다른 위상을 구축하는 동력이 '신비주의'라는 게 재미있다. 마스터스를 개최하기 위해 1년에 무려 6개월을 휴장하면서 디벗 하나 없는 카페트 같은 코스를 자랑한다. 대회 역시 타이틀스폰서 없이 운영한다. TV중계료만 받아도 돈은 충분하고, 오히려 수입을 자제해 너저분한 광고를 배제한다. 최근에는 인근 부지를 사들여 연습장과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세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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