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데스크칼럼]집값 전망 흐리는 유체이탈 화법

시계아이콘01분 36초 소요

[데스크칼럼]집값 전망 흐리는 유체이탈 화법 소민호 부동산부장
AD

집값이 한창 오르는 시점에도 질문이 많았다. 이제 곳곳에서 집값이 하락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질문은 더 많다. 질문의 요지는 '집을 사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때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그러나 대답은 곤궁해진다. 전문가들조차 집값 전망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판국에 명확하게 답해주기는 어렵다. 설사 특정 지역의 어떤 물건인지를 얘기하더라도 분명하게 매입 여부를 가늠해주기는 힘들다. 사람 잘못 소개해줘서 문제가 심각해지듯,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수억 원씩 하는 집에 대해 의견을 섣불리 제시했다가 나중에 무슨 얘기를 들을지 짐짓 두렵다. 참고만 하겠다고 하건만, 이건 심각한 일이다.

그래서 종종 전문가의 분석에 귀를 기울인다. 물론 전문가들 역시 미래를 훤히 내다보긴 어렵다. 고급 정보를 가진 전문가들이지만 대개 다음해 말에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아무래도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겨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의 진단은 유용하게 참고할 수밖에 없다.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전문가를 활용한 집단지성에 기대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방편이다.


전문가들은 위험스런 전망 작업에 발을 담그면서 약간의 '보험'을 드는 경우가 많다. 자기 책임을 살짝 떠넘기는 듯한 말미 흐리기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보여진다'라는 다소 이상야릇한 표현이 단골이다. "집값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등의 형태로 쓰인다. 이 단어는 영화에서도 부각돼 인기 단어로 등극한 적이 있다. '내부자들'에서는 언론사 논설주간이 "볼 수 있다"라는 부분을 "매우 보여진다"고 바꾸라고 기자들에게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기사를 쓰는 주체가 사실에 대해 모호하게 처리를 할 때 "보여진다"라고 문장을 마무리하는게 보통인데, 영화에서는 언급하는 사람이 직접 나서 이렇게 표현을 해보라고 코치를 해준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보여진다'는 표현이 맞춤법에 어긋난다는 점이다. '보인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며, 억지 이중피동은 지양해야 한다는게 국립국어원의 지적이다.

어법에 맞지 않는 단어가 남발돼서는 안 된다는 데는 대부분이 원칙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이런 어색한 단어를 흔하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회에서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고 하는 이들은 공식 보고서나 공개장소에서 쉽게 쓴다. 일상의 언어와 공개석상의 언어가 달라야 한다는 어떤 강박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공개된 자리에서 내뱉는 말들은 당연히 사석보다 격식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만 격식과 불필요한 모호한 용어의 남발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를 둘러싸고 국회에서는 많은 질의와 응답이 오가고 있다. 이 장면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다. 어이없는 사태로 국정이 중단된 상태에서 그 잘잘못을 가리는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라고들 한다. 더구나 비정상적 언행을 일삼은 주인공들이 국정 철학의 하나인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면서도 정상을 배척했다는 점에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 와중에 이들의 비정상적 언어 구사 능력이 도드라진다. 단어 하나에 국한하지는 않는다. 동문서답에 책임회피식 자세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어떻게 운영돼 왔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며칠전엔 '피눈물'이란 단어도 등장했다. 과연 이 나라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진정 누구인가. 주체를 잃어버린 피눈물이 나라 안에 흥건하다. 모호한 전망도 자제해야 하지만, 주체가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도 이젠 멈춰야 한다.


소민호 부동산부장 sm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