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문제원 기자] 1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첫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7주 동안 촛불을 밝혀 온 스스로에게 박수를 치면서도 아직 청와대에 남아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인근에서 개최된 7차 촛불집회에는 오후 5시 현재 주최측 추산 20만명의 시민이 몰렸다. 지난주에 비해 인원은 줄었지만 촛불의 열기는 약해지지 않았다.
오후 4시부터는 손피켓과 깃발을 든 시민들이 자하문로와 효자로, 삼청로 등 3개 경로로 사전행진을 진행하며 넓게 청와대를 에워쌌다. 칼바람이 부는 기습한파에도 시민들의 행진은 계속됐다. 시민들은 탄핵 절차와 별도로 부역자에 대한 구속과 세월호 참사 7시간의 비밀 등을 밝히고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100m 정도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개최된 '청운동 1차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하고 주최측이 준비한 공연을 즐기며 집회에 함께했다.
장은하 416대학생연대 대표는 "어제 탄핵안 가결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부터 2년8개월만에 국민의 힘으로 이뤄낸 일"이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 덕분이다. 수고한 우리를 위해 큰 박수를 치자"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 전에 조대환을 민정수석에 임명했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의 행적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문이 든다"며 "박근혜와 김기춘 비롯한 부역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에서 왔다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박근혜와 최순실은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을 받고 있고 국민들은 이제 더이상 연설문도 혼자 작성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대통령 아래 살지 않아도 된다"며 "모든 일은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대한민국의 상처를 함께 치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그동안 박근혜 정권이 추진해온 각종 정책에 대한 폐지를 촉구했다. 특히 사드배치와 국정교과서 도입 강행에 대한 반대 구호가 높았다. 광화문광장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정책폐기를 위한 서명을 받거나 유인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손소희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조직팀장은 "국민은 박근혜를 버렸지만 그가 임기 동안 추진했던 수많은 사안들이 아직 여전히 남아있다"며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고 전쟁을 유발하는 사드배치를 당장 철회하기 위해 국민들의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는 단원중학교 1학년 이창규군은 "어제 드디어 탄핵안 가결됐고 이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재판을 통해 민간인이 되고 우리는 새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며 "저는 투표를 하지 못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공부하는 이유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군은 "우리는 평화적으로 정부를 바꾼 적이 두번 있었고 이번으로 세번째가 될 것"이라며 "이제 촛불의 온기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주위에 나누며 사회와 대한민국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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