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녹십자 이어 올 매출 3위 유력…한미약품은 연이은 악재로 진입 불확실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의 실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가면서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곳이 어디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이 연이은 악재로 광동제약에 '빅3' 자리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연결재무재표 기준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올 3분기까지 연결재무재표 기준 97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17.6% 뛴 수치다. 올해도 무난히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킬 전망이다. 2014년 업계 첫 매출 1조원이라는 벽을 허물었던 유한양행은 올해로 3년째 '1조클럽' 명단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장사 실속을 가늠하는 영업이익이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20.5%)과 당기순이익(-46.3%)이 두 자릿수 동반 하락하며 영업이익률은 7%에 머물렀다.
유한양행은 매년 평균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다국적제약사의 도입약 판매에서 올리고 있다. 특허가 만료되거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영향을 받는 구조다.
또 지난 10월에는 기술수출 계약을 추진하려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YH14618)의 임상 중단 결정을 내리는 등 신약 개발 성과도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조 클럽에 신규 진입(1조478억원)한 녹십자는 올해도 1조원 달성이 유력하다. 녹십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8769억원으로 전년보다 12.7% 증가했다. 특히 3분기에는 327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분기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 면역증가제 'IVIG-SN'의 미국 내 품목허가 승인이 지연됐으나 제품의 유효성 및 안정성이 문제된 것이 아니어서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보완자료 제출과 추가 검토 기간을 고려하면 예정보다 1년 정도 품목허가가 늦춰질 전망이다.
3위 자리를 두고 광동제약과 한미약품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은 올해 사상 첫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광동제약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912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 6797억원보다 16%나 늘어난 수치다.
최근 삼다수 위탁판매계약이 1년 연장된 것도 호재다. 삼다수 매출액은 광동제약의 연결 재무재표 기준 3분기 누적 매출에서 18%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 같은 외형적 성장은 본업인 제약보다 지난해 3월 인수한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업체 코리아이플랫폼 덕분이다. 코리아이플랫폼의 올해 3분기 누적매출은 전년대비 22.7% 증가한 2832억원으로 같은 기간 연결기준 광동제약 매출의 35.8%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잭팟'을 터뜨렸던 한미약품은 연이은 악재에 시달리며 올해 1조 클럽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미약품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71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하락했다. 한미약품이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려면 4분기 매출액이 2900억원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독일 베링거잉겔하임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에 이어 얀센이 당뇨병 치료제 임상시험을 중단했다는 소문마저 제기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말 체결한 미국 제넨텍과의 먹는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금 8000만 달러(약 941억원)가 4분기에 입금되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얀센의 경우 임상 중단이 아니라 환자 모집을 일시적 유예한 것으로 이는 임상 중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며 "얀센과의 파트너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형적 성장만을 위해서라면 다른 업체를 인수하는 것으로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매출 1조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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