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원회 ‘진실규명불능’ 결정했어도 경찰 정당행위 인정 어려워“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한국전쟁 발발 전후 무고한 양민을 죽인 ‘화순·나주 민간인 희생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이명박정부 시절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원회)가 ‘진실규명불능’ 결정을 내렸지만 법원의 판단으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7일 ‘화순·나주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숨진 홍모씨의 유족 14명이 국가로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유족들에게 2억63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화순·나주 민간인 희생 사건’은 국군·경찰 부대가 1948년 12월부터 1951년 5월까지 전남 화순·나주지역에서 여순사건 및 빨치산 등 진압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빨치산에 협조했다거나 입산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그 지역 주민들을 살해한 사건이다.
전남 화순군에 거주하는 홍씨 등 마을주민은 1948년 12월 반란군에 끌려간 부면장을 찾기 위해 마을 뒷산에 올라갔다가 찾지 못하고 내려왔다. 마을 어귀에서 이들과 마주친 경찰토벌대는 홍씨를 반란군으로 생각하고 총을 쏴 죽였다.
홍씨 유족은 2008~2010년 과거사위원회에 진실 규명 신청을 접수하고, 2010년 5월 과거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불능’ 결정을 받자 소송을 냈다.
당시 과거사위원회는 ‘경찰토벌대에 의해 빨치산으로 오인 받아 희생당한 것은 인정되지만 마을 주위에 빨치산이 자주 출몰해 오인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국가는 “과거사위원회가 사건의 불법성을 밝히지 못해 진실규명불능결정을 했고, 홍씨가 경찰에 의해 희생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1·2심은 “비무장상태의 마을 주민들을 향해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발포한 행위에 과실이 없다거나 이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행위에 의해 정당한 사유 없이 사살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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