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좌충우돌' 행보에 백악관이 뒷수습에 쩔쩔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트럼프 당선인의 전화통화가 "그동안 진전시킨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고위간부가 지난 주말 두 차례나 중국 당국에 전화를 걸어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함이 없으며, 그동안 대중관계에서 취해왔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확인시켜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지난 2일(현지시간) 차이 총통과 가진 전화통화는 중국을 격분시켰다. 대만과 미국의 국가정상이 통화한 것은 단교 이후 37년만이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트럼프 측은 의례적 통화였을 뿐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의 대중정책이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이 상황에서는 (대만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며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역시 트럼프 뒷수습을 돕고 있다. 그는 다음주 일본·인도·바레인 등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불안감을 덜어줄 예정이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 양국이 지나치게 방위비를 적게 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주일미군·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카터 국방장관은 일단 6일 도쿄를 방문,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주일미군 경비부담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며 안심시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상 그의 말이 얼마나 일본을 안심시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트럼프 측근들은 트럼프가 대선 당시 말했던 것처럼 과격한 동맹관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동맹을 깨자'는 식은 너무 극단적인 것"이라며 "그동안 해왔던 '협상'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대선후보 시절 한국과 일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도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역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발언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